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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15년 전 CIA가 예측한 2015년"남북 통일로 강한 군사력 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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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5년 전 미국 조지타운대·국방대학·랜드연구소,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등과 함께 2015년 세계를 예측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제임스 스타인버그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행정대학원) 학장 등 석학들이 이를 감수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은 15개월간 토의를 거쳐 2000년 12월 미래 보고서 ‘글로벌 트렌드 2015’를 냈다. 70쪽의 보고서는 ▶인구 ▶천연자원과 환경 ▶과학ㆍ기술 ▶세계화와 세계 경제 ▶거버넌스 ▶미래 갈등 ▶미국의 역할 등 7개 항목을 중심으로 15년 뒤인 2015년을 예측했다.

CIA 보고서는 맞는 예측도 많았지만 틀린 것도 적지 않았다. CIA는 2015년 남ㆍ북이 통일하고 동북아에서 강한 군사력을 보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IA는 “통일 과정에서 한국은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할 것”이라며 통일 비용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나 현재 남북은 북핵 등으로 갈등을 빚으며 언제 통일을 이룰지 기약하기 힘든 형편이다.

미래 갈등에 대해서도 틀린 예측이 많았다. CIA는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인도ㆍ파키스탄, 중국ㆍ대만, 중동을 꼽았다. 중동에서는 시리아내전 등이 발생했지만 아시아는 전쟁으로 치닫진 않았다. 핵 개발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간의 갈등 고조도 당시 시나리오에 있었다. CIA는 전쟁 위험 지역을 꼽으며 “낙관적으로 전망하더라도 ‘차가운 평화(Cold Peace)’가 최선”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고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반만 맞았다. 미국은 초강대국 위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시리아전에 개입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경제 전망도 빗나갔다. CIA는 인터넷 발전 등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1960년대와 70년대 초반의 활황을 재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며 이 전망은 빗나갔다. 대신 중국이 미국에 이은 2번째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옳았다.

아프리카에 대한 예측도 부정확했다. CIA는 에이즈의 창궐로 아프리카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등 전염병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테러가 지구촌 핵심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은 맞았다. CIA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과소 평가해 2001년 9·11테러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테러단체가 생화학무기나 핵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현재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국제 테러집단으로 부상했고 130명이 숨진 파리 테러를 저지르는 등 인류 최대의 위협 중 하나가 됐다.

인터넷과 기술 발전 전망은 비교적 정확했다. CIA는 모바일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세계의 연결성이 강화되고 전자 금융이 보편화되며 바이오ㆍ나노 기술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IT기술의 발전이 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2010년 시작된 ‘아랍의 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IT기술의 영향을 받았다. CIA는 IT 기술 발전이 테러리스트나 해커의 위협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IS는 SNS를 통해 조직원을 모집하고, 사이버테러는 국제 안보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이라크와 이란에 대한 전망도 꽤 들어 맞았다. CIA는 두 국가가 미 본토를 사정거리에 두는 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생화학무기 및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 예상했다. 미국은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이라크전쟁을 감행했고 이란과는 핵 협정을 체결했다.

인구 예측도 비교적 정확했다. 보고서는 2015년 세계인구를 72억 명으로 예상하며 인구가 대도시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5년 12월 현재 인구는 73억 5000만 명이다. 선진국의 노령화와 성장 둔화도 비교적 정확한 분석이었지만 노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이민 붐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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