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풍납토성 방어시설인 해자 처음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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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토성에 발굴조사 중 확인된 성벽과 해자의 위치. [사진 문화재청]

백제 초기 왕궁터로 추정되는 서울 풍납토성 발굴조사 중 성벽 방어시설인 해자(垓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1일 “풍납토성의 동성벽 외곽 절개조사를 하다가 그동안 추정만 해오던 해자의 존재를 처음 확인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확인된 해자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체성부(體城部ㆍ성벽을 이루는 몸체 부분)의 하단에 역사다리꼴 형태로 조성돼 있다. 해자 규모는 상부 폭 13.8m, 하부 폭 5.3m, 깊이 2.3m이며, 바닥은 하상 퇴적층인 자갈층까지 이어져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정자영 연구사는 “지금까지 풍납토성은 성벽만 남아 있었다. 성의 외곽 시설에 대해서는 확인할 바가 없었다. 이번 발굴조사로 인해 풍납토성의 외부 시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성벽 바깥에 어떤 식의 방어시설이 있었는지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고 발굴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성 외벽의 하부에는 10m 길이의 뻘층이 동서로 형성돼 있다. 이 뻘층은 생토층을 파고 인위적으로 조성되었으며, 가장자리가 황갈색 점토로 마감돼 있다. 정 연구사는 “이 뻘층은 이른 단계의 해자, 또는 성 외벽의 기조(基槽)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굴 과정에서 심발형토기(深鉢形土器), 직구호(直口壺), 동이구연부편(口緣部片) 등 3세기 후반에서 4세기 초의 유물도 함께 출토되고 있다. 발굴 조사단은 풍납토성의 구조와 축조시기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보고 있다. 단, 성벽 기저부 뻘층의 성격과 조성 시기, 풍납토성 증축과정, 초축 시기 등에 대한 문제는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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