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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호텔 대전, 롯데 사령탑은 ‘악바리’ 고졸 공채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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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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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7 명동 호텔의 배현미 총지배인이 내부에 설치한 미술작품 앞에 섰다. 그는 “젊은 호텔의 강점을 살려 아시아는 물론 뉴욕까지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롯데호텔]

롯데호텔은 내년 1월 12일 문을 여는 ‘L7 호텔 명동’을 구상하면서 ‘전혀 새로운 호텔’이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비즈니스호텔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있어 그렇고 그런 서비스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런 점에서 최고경영자(CEO) 격인 총지배인에 누구를 앉힐 것인가가 중요했다. 롯데호텔의 선택은 배현미(46)였다.

배현미 ‘L7 호텔 명동’ 총지배인
“젊고 여성적인 느낌 기대하세요”

 배씨는 회사 내 첫 여성·고졸 출신 총지배인이다. 1986년 고졸 공채로 입사해 프런트데스크, 예약부, 객실서비스팀 등을 거쳐 입사 30년차인 올해(8월) 총지배인에 올랐다. 입사 후 대학(숙명여대)을 병행해 영문학을 전공하는 한편, 2012년에는 롯데호텔 총지배인(GM) 양성 프로그램 1기로 선발돼 미 코넬대에서 연수했다. 그의 이름 앞에 ‘입지전적’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롯데호텔 측은 "배씨는 악바리 근성으로 여성 중 승진이 가장 빨랐고, 새롭고 젊은 L7 콘셉트에도 맞아 총지배인으로 기용했다”고 밝혔다.

 배 총지배인은 L7의 콘셉트로 ‘탈(脫) 롯데’ ‘한류’ ‘한국’ 등 3가지 키워드를 들었다. 3층에 있는 로비는 이태원의 B1 같은 유명 클럽을 방불케하는 라운지 형태로 꾸몄다. DJ부스도 설치돼 있다. 1층과 3층에 설치된 주황색 설치미술품은 롯데의 이미지를 한 번에 날려주는 미술품이다.

 배 총지배인은 “토드 홀로우백(46) 숙명여대(시각디자인) 교수의 작품으로 타자기·부채·LP플레이어 등 익숙한 물건들을 ‘이상화(idealized)된 형태’로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L7에서는 또 짙은 갈색 정장의 롯데호텔 유니폼 대신 검은색 청바지와 노란색 조끼를 적용해 파격을 더했다. 배 총지배인은 “롯데라는 이미지가 클래식하고 약간은 나이 든 느낌이 있어서 이를 완전히 버리고 젊고 여성적인 느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한류는 소위 비즈니스호텔의 격전지로 꼽히는 명동에서 새로운 호텔을 낸 L7의 차별화 포인트다. 인력거를 타고 북촌·광화문·청계천 인근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제휴로 EXO 등 소속 아이돌의 메이크업·패션·음반작업 등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호텔 내에는 SM 소속 아이돌 관련 물품을 판매하는 자판기도 들어선다. 배 총 지배인은 “L7에서 투숙하면서 명동 인근을 관광하는 것은 물론이고, SM 소속 아이돌의 메이크업이나 EXO가 작업했던 스튜디오에서 자신만의 앨범을 녹음할 수 있는 체험형 한류 관광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배 총지배인은 L7의 해외 진출 계획도 밝혔다. 그는 “10년 안에 호텔 산업의 격전지인 뉴욕에 L7호텔을 오픈할 것”이라며 “롯데그룹이 올해 인수한 뉴욕팰리스호텔과 더불어 투 톱으로 미주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보수적인 롯데그룹에서 호텔업계의 ‘별’이라 불리는 총지배인까지 됐지만 배씨 역시 워킹맘으로서 많은 고충을 겪었다. 슬하에 아들 1명(18)이 있다는 그는 여성으로서 애로사항을 묻자 “소위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는 일이나 1990년대에 워킹맘으로 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여직원들의 귀감이라 생각해 두 배로 노력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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