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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속의 중국, 중국 속의 인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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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호 30면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의 능허대. 여기에는 삼국시대 백제에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중국 통교(通交)의 흔적이 남아있다. 중국을 오가던 사신들은 능허대 해변 안쪽의 나루터를 이용했었는데, 이곳을 출발한 배는 서해를 건너 산둥반도의 등주와 래주를 오갔다. 이 나루터는 크다는 뜻의 순 우리말 접두 ‘한’과 배가 닿고 떠나는 ‘나루’가 합쳐져 한나루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20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바로 그 능허대 옆의 석산에서는 한 드라마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 촬영됐다. 400년 전 과거의 도민준이 이화(천송이의 전생)를 살려내고,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에서 천송이를 구한 ‘운명의 절벽’ 장면이다. 능허대를 통한 오랜 교류의 역사 때문인지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말 그대로 ‘광풍’을 일으켰다. 주인공 이름에서 눈치 챘겠지만 ‘별에서 온 그대’라는 유명 한류 드라마 이야기다.


중국 대륙과 한반도는 이렇게 인천으로 이어져 왔다. 이는 중국과 인천이 말 그대로 ‘가깝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산둥성에서 닭이 울면 인천에서 그 소리가 들린다고 할까. 실제 인천과 가장 가까운 중국의 웨이하이시는 인천과 제주도보다도 거리상 더 가깝다.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다. 서해와 인접한 중국의 해안지방 주민들은 자국 내 먼 내륙도시보다 인천이 더 친근하다 할 정도로 심리적으로도 가깝다. 지난 8월 상해 출장에서 만난 현지 대학생들은 필자가 인천시장인 걸 알고, K-pop과 한국 드라마로 익힌 유창한 한국어로 반갑게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우리 인천 역시 대륙을 끌어안을 준비를 마친지 오래다.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인천 차이나타운은 짜장면의 원조가 인천이라는 역사적 의미 또한 담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인천국제공항, 중국 14개 주요 연안도시를 잇는 해상물류 인프라 등 대중국 접근성까지 감안한다면 인천이야말로 한·중 교류의 중심도시가 될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이 설명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여러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인천은 중국과의 실질적 교류·협력을 이뤄내지 못했다. 단순히 자매우호도시 등의 관계를 맺고, 상호 방문과 인적교류 정도에 만족해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시장 취임 후 인천시의 대중국 정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주력했다. 인천의 답은 바로 중국에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중국만을 담당하는 전문부서를 신설했고, 거듭된 내부 논의 끝에 ‘인-차이나(In-China)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인천과 중국’ ‘인천 안의 중국시대 건설’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 우리 인천시의 대(對) 중국 프로젝트로, ‘중국 안의 인천, 인천 안의 중국을 만들자’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유학생·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친(親)인천 중국인 1000만명 육성 ▶인천-중국 간 대표 비즈니스 협의체 ‘인차이나 포럼’ 구성 ▶중국전문가 육성 위한 ‘차이나 비즈니스스쿨’ 운영 ▶중국시장 정보 제공 올 인 원(All-in-one) 지원체계 구축 ▶의료 관광클러스터 조성, 뷰티산업 등 요우커 특화 마케팅 등 3대 분야 6대 전략 24개 사업을 담았다.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함께 인천이 중국 웨이하이시와 FTA 경제협력 시범지구로 지정되면서, ‘인-차이나 프로젝트’는 한층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인천과의 실질적 교류·협력을 기대하는 대륙의 달라진 태도도 피부로 느껴진다. 지난 11월 취임 후 4번째 중국 방문 때, 윈난성에서 성장(省將)이 주재하는 만찬 관례를 깨고 당서기가 직접 찾아와 환대를 해줬다. 웨이하이시에 도착했을 때는 산둥성장이 직접 비행기를 타고와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조차 이례적이었다는 평이다.이것이 대한민국 인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다.


21세기는 국가의 시대를 지나 도시의 시대이자, 시민의 시대가 됐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 글이 담겨질 광장의 이름처럼 우리는 도시가 국가를 대신하는 ‘글로컬(Glocal)’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도시의 경쟁력이 바로 국가의 경쟁력이다. 뉴욕이 그러하고, 파리가 그러하다. 다행히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과 무한한 잠재력을 갖춘 세계적인 도시 인천이 있다. 인천이 ‘인-차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그 꿈을 실현시켜 나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보다 밝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대한민국의 도시 인천이 중국이란 나라 전체를 상대해야 할 때가 됐다.


유정복인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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