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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데서나 훌쩍 삼성은 홈런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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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사상 타고투저(打高投低)가 가장 극심했던 해는 1999년이었다.

당시 해태(현 기아)의 홈런포는 놀라울 정도의 위력이었다. 광주구장에 처음 나타나 홈런 펜스와 관중석 뒤 경기장 담장을 가리키며 "어느 펜스를 넘겨야 홈런이 되느냐"며 자신만만했던 외국인 선수 샌더스가 40개의 홈런을 쳤다.

한창 전성기를 달렸던 홍현우가 34개, 양준혁의 홈런수는 32개였다. 이 세 선수의 홈런은 당시 홈런 신기록(54개)을 세웠던 이승엽에 가려졌지만 불과 2~3년 전 만해도 홈런왕 타이틀을 갖기에 충분한 숫자들이다.

해태는 이 세 선수 외에도 장성호가 24개, 브릭스가 23개, 이호준도 16개를 더했다. 팀 홈런 수가 무려 2백10개로 현재까지 한시즌 팀 최다 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2003년 삼성은 99년 해태보다 더 무섭다. 아직 7월도 되기 전이지만 이승엽이 벌써 34개로 홈런타선을 이끌고 있고, 양준혁과 마해영이 18개씩을 쐈다. 진갑용(13개).김한수.브리또(이상 11개)는 말할 것도 없고 1,2번타자인 박한이(5개)와 강동우(4개)도 홈런 대열에 가세해 9번타자를 제외한 전 타선의 거포화를 달성했다.

이승엽이 개인 시즌 최다 홈런에 도전하는 것처럼 거포군단 삼성의 베스트9도 시즌 팀 최다 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은 27일 현재 1백33경기 중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66경기에서 1백16개의 홈런을 쳤다. 팀 홈런 2위인 현대(94개)와의 차이는 22개로 사실상 1위를 굳힌 상태다.

현재 추세로 가면 2백33개가 예상돼 해태의 2백10개는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오히려 2백39개(80년 긴테쓰 버펄로스)인 일본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지가 관심거리다.

삼성 타선은 이승엽이 견제받을 때 다른 타자가 상대적으로 편하게 투수를 상대하기 때문에 기복이 별로 없고, 여름으로 접어들수록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기대해 볼 만하다.

메이저리그의 시즌 팀 최다 홈런은 97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기록한 2백64개지만 메이저리그는 팀당 1백62경기를 치른다.

한편 27일 예정됐던 네 경기는 비로 모두 취소됐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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