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이젠 기부운동이 내 활동의 중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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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 정치 현실을 보면 내년 총선 때도 2000년의 낙선 운동과 같은,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제가 중심에 나설 일은 아니라는 거죠. 후배들이 연구해서 또 다른 방식으로 잘 하리라고 믿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안국동 '아름다운 가게' 사무실에서 박원순(47) 변호사를 만났다.

1994년 창립멤버로 출발, 7년 동안 참여연대의 사무처장을 맡았던 그는 최근 참여연대를 완전히 떠났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 5부'로 불리며 시민운동단체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시점이기에 그의 행보는 주목을 받았다.

그는 미국 유학 생활 중 체득한 '나눔의 정신' 을 확산시키고자 설립한 '아름다운 재단'과 그 부설 기관인 '아름다운 가게'에 전념하려는 뜻이라고 했다.<인터뷰 전문은 joins.com>

"교수로 오라는 대학도 있었지만 그건 제 역할이 아닌 것 같았어요. 정치권도 마찬가지고요. 참여연대처럼 정책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은 아니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넓게 대중들에게 파고 들어가는 운동이라고 봅니다. 비영리기구(NPO)운동의 새로운 확장인 셈이죠."

그럼 정치 참여와 관련된 활동은 그만둔다는 뜻일까.

"참여연대 활동을 하면서 이 사회의 제도와 관행의 개혁에 관해 언제나 고민해 왔어요. 그런 점에선 정치인 아닌 정치인이었던 셈이죠. 앞으로도 낙선운동을 주도한 죄(?), 그리고 시민 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 때문에 그런 활동을 안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쓴소리 잘하기로 유명한 그에게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정말 대통령 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하지만 한편으로는 준비되지 않은 정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사회를 이끌어갈, 그러니까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력이나 의제설정 능력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건 다른 정당도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 여야가 싸울 때 정책을 가지고 싸운 게 아니었거든요. TV토론 등 때문에 정치인들이 전보다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평소에도 정책 마인드를 갖고 사회를 바꾸려는 치열한 노력을 해야죠."

그렇다고 한국 정치에 대한 그의 시각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시민단체를 의식해 공부하는 의원들이 전보다 많아진 걸 보면 언젠가 확 좋아지기 위한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그 변화를 얻기 위해서는 유권자.시민단체 등이 앞장서서 악다구니도 쓰면서 채찍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제 중심은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 일"이라고 말하는 朴변호사. 요즘 더욱 바빠졌다는 그는 독일과 미국 등에서도 강의 요청이 오지만 올해는 떠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글=김정수,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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