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문병호, 테러방지법 처리 물꼬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테러방지법안이 계류 중인 국회 정보위원회가 ‘문병호 탈당’이란 변수를 만났다. 안철수 의원과 가까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문병호 의원은 17일 탈당을 예고한 상태다.

탈당 땐 여당이 정보위 다수당 돼
법사위·본회의 장벽은 계속 남아

 문 의원 탈당 효과가 국회 정보위에 미치게 생겼다. 국회 정보위원은 현재 여야 동수로 구성됐다. 문 의원은 정보위 소속이다. 그런데 “교섭단체 의원만 정보위원이 될 수 있다”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문 의원은 탈당하면 정보위원이 될 수 없다. 이 경우 정보위는 여당 우위로 변할 수 있다. 정보위 정수는 위원장 포함 12명이다. 이를 각 당이 점유한 의석별로 나눠 배정한다. 지금의 정수는 원 구성 당시 비율(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을 적용한 결과 여야 동수인 6명씩이다.

 하지만 안 의원의 탈당 등으로 16일 현재 새누리당 157석, 새정치연합 126석이다. 문 의원이 탈당하면 각각 157석, 125석이 된다. 이를 정보위 위원(12명)에 맞게 적용하면 새누리당 6.7 대 새정치연합 5.3이 된다. 반올림하면 새누리 7명, 새정치연합 5명의 여대야소 위원회로 재탄생한다.

 이를 눈치챈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문 의원 대신 박범계 의원을 사·보임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원 원내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의원이 탈당하면 의원 정수상 야당 의원이 아닌 새누리당 의원이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였다.

  여야가 모두 사·보임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한 건 테러방지법안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이 아닌 국무총리실이나 국민안전처 산하에 대테러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며 테러방지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테러방지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선 여당 우위의 정보위가 필요하다. 원 원내대표가 버티고 문 의원이 탈당하면 결국 새누리 7명, 새정치연합 5명의 구도로 변하게 된다. 문병호 의원 탈당의 ‘나비효과’(작은 변화가 연쇄로 일어나 큰 변화를 만드는 것)다. 물론 정보위를 통과한다고 해도 테러방지법안 처리는 첩첩산중이다. 야당 위원장이 맡고 있는 법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 다시금 ‘정의화 변수’를 만나야 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다시금 법안을 본회의에 올려달라고 직권상정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가영·위문희 기자 ide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