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박물관 위탁 문화재 환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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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교 조계종이 전국 박물관에 관리를 위탁한 불교 문화재를 돌려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문화재 당국과의 줄다리기도 예상된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이상규 과장은 "서울 조계사 안에 짓고 있는 한국불교 역사문화기념관에 전시할 불교 문화재를 조사하고 있다"며 "그간 전국 국.공립박물관과 대학박물관 등에 맡긴 각종 문화재 목록을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물론 해당 박물관측과 긴밀히 협의할 대목이나 전국 박물관에 수장 중인 불교 문화재를 전시하면 포교.교육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문화기념관은 3백50평 규모의 전시실과 별도의 수장관을 갖춘 불교박물관으로, 내년 7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조계종측은 그간 전국 박물관에 위탁한 문화재가 대략 2천~3천점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 전에 맡긴 문화재들은 관련 서류가 없는 경우가 많아 자료 조사에 애로가 적지 않은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장은 "면밀한 상황 파악과 법리적 검토를 거쳐 구체안이 나오는 대로 전국 박물관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문화재가 일반에 전시되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신광섭 유물관리부장은 "아직 공식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전제한 후 "이처럼 위탁 관리한 문화재를 환수하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장된 문화재라고 사장된 문화재는 결코 아니다"며 "우리 민족의 공통 재산인 문화재를 놓고 양측이 갈등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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