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제정책방향] 드론 마음대로 나는 규제프리존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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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전남 OO군 간척지에 위치한 드론(무인기) 시험 비행장. 속도와 고도, 시간대, 기기 사양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드론을 시험해 볼 수 있다. 군용기 운행 제한, 간척지 입지 규제 완화, 개발 업체 연구비 투자 같은 다양한 지원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드론 날고 자율주행차 다니는 ‘규제 제로’ 지구인 규제 프리존 내년 시행
수도권 동북부 낙후 지역의 수도권 규제 면제 추진
일본은 앞서 나가는데…실제 추진 속도가 관건

부산의 OO구에선 사물인터넷(IoT) 사용이 자유롭다. 통신 장애 위험 때문에 주파수 출력을 업체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했다. 이 지역에 한해 정부가 주파수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사물인터넷 기기를 개발하고 시범 운용도 할 수 있다.

정부가 구상하는 ‘규제 프리존(freezone)’의 모습이다. 16일 정부는 전국 14개 지역에 규제 프리존을 설치하는 내용의 ‘2016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 산업 선정하고, 핵심적이고 민감한 주제도 과감히 철폐하는 규제 프리존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별로 2개씩 사업을 정하고 이를 육성하는데 필요한 재정·세제·금융·입지 지원도 집중한다. 지난 14일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에서 14개 지역별로 각 2개의 전략 산업도 선정했다. <그림 참조>

▶부산은 해양관광, 사물인터넷 융합 도시기반서비스 ▶대구는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기반 웰니스(건강·복지)산업 ▶광주는 친환경자동차(수소융합) ▶대전은 첨단센서, 유전자 의약 ▶울산은 친환경 자동차, 3차원(3D) 출력 등이다. 해당 산업이 발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 업종·입지 규제 모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민감한 규제라고 하더라도 규제 프리존에 한해 특례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호승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전국적으로 풀지 못하는 규제를 특정 지역의 특정 산업에 한해 풀어주고 고쳐줘 지역 자체적인 산업 발전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규제 프리존 지역별 전략 산업 선정 결과. [자료 기획재정부]

해양관광 규제 프리존으로 선정된 부산의 경우 시내 면세점 추가 설치, 마리나선박 대여 기준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에선 확장형 원격의료 시범사업, 의료기기 허가 우선 심사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외에 정부는 내년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지역별로 수요를 접수해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중점 경제정책으로 규제 프리존을 발표했지만 효과에 대한 의문점도 남겼다. 한국의 규제 프리존은 일본이 2013년 시작한 ‘국가전략특구(國家戰略特區)’에서 따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하며 ‘일본 재생’을 목표로 내걸고 실시한 산업 부활 정책이다. 15일 일본 정부는 드론·의료 부문 전략특구인 지바(千葉)현에서의 의료품 드론 택배를 허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안이 올라오고 결정되는데 걸린 시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한국 정부는 이제 막 규제 프리존의 방향만 설정한 상태다. 부활을 노리는 ‘거인’ 일본의 속도에 한참 뒤진다.

지역별 전략 산업 중복도 문제다. 사물인터넷은 대구, 세종, 부산에서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자동차 부문은 충남, 대구, 광주, 제주, 울산 등 5개 지역에서 중복된다. 14개 지역에서 ‘되는 사업’ 위주로 안을 올리다 보니 규제 프리존이 노리는 ‘선택과 집중’이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수도권 동북부 지역에 대한 개발도 추진한다. 정병윤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은 “경기 동북부 지역은 군사 환경 등으로 인해 재산권 행사가 크게 제약됐고 발전의 혜택도 누리지 못했다”며 “지역 경제 발전 방안과 연계해 경기 동북부 지역에 개발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 동북부 지역 가운데 어디를 중심으로 개발에 나설지 확정하지 않았다. 정 실장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