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플랫폼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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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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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요즘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합니다. 검색할 때 이용하는 구글이 사실상 플랫폼 회사라는 얘기도 있고, 카카오톡 또한 플랫폼 사업이 주목적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플랫폼을 어떤 뜻으로 사용하고, 왜 중요한지 궁금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자, 콘텐트 제공자 등이 만나는 ‘인터넷 정거장’

A 국어사전에서 플랫폼이라는 말을 찾아보면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한마디로 승강장이나 정거장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곳엔 사람들이 몰리게 마련입니다. 서울역 승강장은 목적지를 가려는 사람과 운송수단이 만나는 약속 지점이어서 늘 승객들로 붐빕니다. 그런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플랫폼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더 다양해졌습니다. 원래 플랫폼은 ‘plat(경계를 정한 공간)’과 ‘form(형태)’의 합성어입니다. 즉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요즘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플랫폼의 의미는 ‘인터넷 정거장’입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스마트 시대’에서 인터넷 사업자·콘텐트 제공자·고객 등 다양한 주체들이 만나는 약속 장소가 바로 플랫폼입니다.

애플·구글·카카오·네이버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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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스마트폰 검색’이 경제 활동의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 신인류’란 말이 나올 정도로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 20대가 10분에 4번 정도 스마트폰을 열어본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과거보다 많게는 100배 가량의 정보를 습득하고 있지요. 올해 말까지 세계적으로 30억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것이란 조사도 있습니다. 엄청난 구매력이 바로 검색을 통해 창출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 정거장인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모든 플랫폼이 다 같진 않습니다. 서울역엔 사람이 많이 모이지만, 어떤 역에선 사람 구경하기가 힘듭니다. 서울역에 인파가 몰리는 건 여러 지역으로 가는 기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플랫폼을 만들려면 서울역 같은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겠죠. 이렇게 매력적인 플랫폼을 보유한 회사는 성장을 하고 그렇지 못한 회사는 쇠퇴하는 게 요즘 정보기술(IT) 업계의 두드러진 흐름입니다.

 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 같은 미국 회사들도 독특한 플랫폼을 통해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올해 주식의 시가총액이 한 때 7000억 달러(약 824조 원)를 돌파했습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배를 넘습니다.

 플랫폼의 중요성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2000년과 지난해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2000년에 3위를 기록한 핀란드 노키아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주름잡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 플랫폼을 만들지 못해 2007년 49%에 이르던 시장 점유율이 2011년 17%로 떨어졌고, 결국 다른 회사에 팔렸습니다.

 이와 달리 애플은 2000년 시가총액이 60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앱 공유 같은 플랫폼 혁신을 통해 2010년에 1위로 도약한 뒤 지금까지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보통 아이폰을 생산하는 업체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포함해 판매하는 제품군은 4개 뿐입니다. 그래서 제조회사라기보다는 플랫폼 회사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구글이라는 회사 역시 제조하는 물건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직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내는 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매력적 플랫폼 가진 회사가 더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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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기업들도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의 경우 ‘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벌진 못 합니다. 그 대신 카톡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역을 예로 들면 승강장 인근의 빵집이나 햄버거 가게로 수익을 거두는 구조입니다. 이 회사의 임지훈 대표는 최근 “카카오를 생활 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고 게임 네비게이션 업체인 김기사를 인수한 것도 모두 이런 구상을 위한 작업입니다.

 경쟁업체인 네이버도 자체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을 통해 게임 플랫폼과 콘텐트 플랫폼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최근 라인은 일본 연예인들의 실시간 개인방송 플랫폼인 ‘라인 라이브(LINE Live)’를 공개했습니다. 5800만명에 달하는 라인 이용자와 일본의 팬 문화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입니다.

최근에 이통사들도 플랫폼 사업자로

 최근엔 이동통신회사들도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통사 중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한 SK텔레콤은 얼마 전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유료방송 시장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한 것도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서 콘텐트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황창규 KT 회장은 최근 조직을 개편하고 IoT 사업을 ‘플랫폼 사업 기획실’로 분리해 사장이 직접 챙기는 부서로 만들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새로 부임한 권영수 부회장이 IoT 기반의 플랫폼 사업 계획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렇듯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IT 기업들의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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