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철 역 이름 유상 판매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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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경기대입구)역, 숙대입구(갈월)역…. 앞으로 이런 방식의 지하철역명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지하철 역명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기업ㆍ기관 등이 돈을 내면 현재의 ‘안암(고려대)역’과 같은 방식으로 괄호 역명을 표기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시는 일단 내년 1~4호선과 5~8호선에 각각 5개씩 10개역을 선정해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역에서 500m 이내에 위치하는 기관 혹은 기업이라면 역명을 구입할 수 있다. 단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내 역명심의위원회에서 ‘공공성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판단하는 기업ㆍ기관은 역명을 살 수 없다. 이미 두 개 이름이 병기된 역도 역명 구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일 역 500m 이내에 마땅한 기관이나 기업이 없으면 범위를 1km 이내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역명은 1개역당 1개를 병기,1회 3년 계약이 원칙이다. 병기되는 역명은 역 출입구 명판과 승강장 명판, 노선도, 안내방송 등에도 반영된다. 역명 병기 기관 선정은 최고가로 입찰하는 곳을 선정하는 경쟁입찰 방식이다. 현재 역명을 판매중인 부산·인천·대구지하철 공사는 1개역당 연간 평균 1000만~5000만원 가량을 받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지하철의 특성상 이들 지역보다는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역명 유상판매를 통해 기존 역명 개정 민원을 투명하게 처리하면서도 지하철 운영 기관의 적자를 보전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307개 역 가운데 61개역(19.9%)에 대학ㆍ구청 이름 등이 병기돼 있는데 인접한 두 기관이 서로 해당 기관명이 병기돼야 한다고 갈등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는 기존에 병기된 역명은 공공기관·대학 등이 대부분인 점 등을 감안해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시는 2013년 시정 주요분야 컨설팅에서 ‘역명을 유상판매 해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라’는 권고도 받았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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