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법시험 존치 여부 논의할 협의체부터 만들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법무부가 독자적으로 발표한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안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시 폐지를 주장하는 전국 로스쿨학생협의회는 25개 로스쿨 학생 전원이 자퇴서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 총회를 열고 향후 학사 일정과 내년 1월에 예정된 변호사 시험을 모두 거부키로 결의할 예정이다. 사법시험 폐지 반대 전국 대학생연합은 “사회지도층 인사 자제들의 특혜 입학 의혹이 있는 로스쿨을 상대로 입학 관련 자료 공개를 청구했다”고 발표했다.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일부 학생은 삭발식을 벌이기도 했다.

 법무부의 일방적이고 어설픈 발표로 나라 전체가 두 쪽으로 갈라진 셈이다.

 내년 1월 변호사 시험과 2월 사법시험을 앞두고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해야 할 학생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의견도 양분된다. 여기다 변호사 시험 출제를 담당할 로스쿨 교수들도 출제 거부를 선언하면서 법조계 전체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법무부가 이를 해결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사법시험 존치 여부에 대한 결정은 국회가 할 것이라고 생각해 독자적으로 발표를 했다”며 “법무부 의견을 정하는 데 교육부나 대법원 등과 조율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무책임하거나 무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법무부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인사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법조인력 양성의 한 축인 대법원과 로스쿨 학제를 담당하는 교육부, 변호사법 개정안을 처리할 국회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당장 거리로 나간 학생들을 학교와 도서관으로 불러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대법원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대안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한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파적 생각을 버리고 모든 국민이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가져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