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달고 벽화 그리고 쓰레기 투기 막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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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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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여고생들이 아파트 단지 벽화 앞에 서있다. 오른쪽은 쓰레기가 쌓여 있던 예전 모습. [사진 제천시]

크기가 작은 재사용 종량제 봉투 만들기, 벽화 그리기, 단속용 블랙박스 설치하기.

춘천시 값싼 10L 종량제 봉투 제작
양양군은 내년 단속 카메라 설치

 쓰레기 불법투기를 막기 위해 자치단체나 주민들이 도입한 방안들이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 도입 이후 20년이 지나면서 불법 투기가 다시 고개를 들자 내놓은 처방들이다.

 강원도 춘천시는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하는 10L짜리 재사용 봉투 제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재사용 봉투는 20L(470원)만 판매되고 있다. 이 봉투는 구입한 물건을 담고 집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데 사용한다.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달리 손잡이가 달린 게 특징이다. 새로 만드는 10L짜리 봉투값은 200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춘천시가 새로운 쓰레기 봉투 제작에 나선 것은 효자동 대학가 일대를 중심으로 불법 투기가 극성을 부리기 때문이다. 대학생이나 저소득층은 기존의 20L 봉투가 비싸고 너무 크다는 이유로 구입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생 정모(22)씨는 “손잡이가 있는 재사용 봉투는 편의점이나 동네 슈퍼엔 없고 대형마트에 가야 구입할 수 있다”며 “가격도 비싸 잘 사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지난달 9일부터 지난 4일까지 효자동 일대에서 불법투기를 단속해 90여 명을 적발해 과태료 10만원씩을 부과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업체에 10L 봉투 제작을 문의한 상태로, 내년 상반기부터는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새연(17)양 등 충북 제천여고 2학년 학생 9명은 지난 8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제천시 장락동 아파트 단지 담벼락에 그림을 그렸다. 길이 10m, 폭 3m의 담에 노란 해바라기 꽃과 나비, 소나무 아래서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곳에는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만 해도 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쓰레기 투기 문제로 이웃 간에 갈등도 생겼다. 이를 눈여겨본 제천여고 학생들이 나섰다. 하굣길에 틈틈이 쓰레기를 치웠다. 이를 본 주민들도 학생들을 거들었다. 학생들은 김보미 교사 등의 지도로 벽화도 그렸다. 이후 무단투기는 자취를 감췄다. 강양은 “처음에는 청소만 하려다가 동네를 아름답게 꾸며보자는 생각에 벽화를 그리게 됐다”며 “벽화 하나로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등을 활용해 불법 투기를 단속하는 지자체도 있다. 충남 천안시는 지난 4월 시내 주요 지역 35곳에 블랙박스 설치했다. 200만 화소의 이 블랙박스는 반경 10m 이내 움직임을 촬영할 수 있다. 강원도 양양군도 쓰레기 불법 투기가 많은 5곳에 내년 초 단속 카메라를 설치한다. 카메라에서는 경고음과 함께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해 주세요”라는 방송이 나온다. 적외선 노출 기능이 있어 야간에도 촬영할 수 있다. 김시국 양양군 환경관리과장은 “내년부터 신고 포상금을 5만원에서 최고 10만원으로 인상해 쓰레기 불법 투기를 막겠다”고 말했다.

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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