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최병렬號 출범] 과제와 향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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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의 한나라당호'가 26일 닻을 올렸다.

비주류였던 崔대표는 지난 7년간 한나라당에 드리웠던 '이회창 그림자'를 지우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내년 총선에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총선에서 지면 정계를 떠나겠다"고 배수진을 쳤던 崔대표다.

두 차례에 걸친 대선 패배에 이어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질 경우, 崔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물론 당의 존립조차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권의 꿈을 접은 崔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소신인 내각제 카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꺼낼지도 정국 관전의 포인트다.

崔대표는 대폭 물갈이 공천과 선명한 보혁구도로 당 내외 도전을 돌파하겠다는 자세다.

그는 노쇠와 수구의 당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현역 의원을 포함한 물갈이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총선에 상대적으로 걱정이 많은 수도권 의원들의 개혁요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당 지도부와 공천자를 가능한 한 새 얼굴로 바꾸겠다는 게 그의 의지라고 한다.

인적 교체 과정에서 '이회창 구체제'의 중진이나 영남권 중 일부 의원의 저항이 거셀 경우, 崔대표의 리더십은 적지 않은 시련을 겪을 것이다.

崔대표는 동시에 이회창 전 총재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李전총재를 모셔오겠다"는 얘기도 했다. 李전총재의 현실적 영향력과 '최병렬 대표 시대'의 정체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주목된다.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서청원(徐淸源).김덕룡(金德龍).강재섭(姜在涉) 의원 등이 당내 계보정치를 할 가능성이 있어 이들과의 관계 설정 문제도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5~7명으로 예상되는 한나라당 내 진보 성향 의원의 줄탈당 파장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당면과제다.

이들의 탈당이 여권의 신당 추진과 맞물려 정계 지각변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崔대표로선 중요하다.

결국 총선을 겨냥한 보혁구도를 만들기를 위해서든, 당내 갈등요인을 외부로 전환하기 위해서든 崔대표의 한나라당은 盧대통령과 강 대 강 충돌을 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신지역(부산.경남)과 화끈한 성격, 정면승부를 거는 스타일에서 두 사람은 비슷한 면모지만 이념과 국정운영 철학이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盧대통령.崔대표와 같은 지역 출신인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의 조정 역할도 관심거리다.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대북 송금 제2 특검법안'은 盧대통령과 崔대표가 격돌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盧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해 정국의 파고는 벌써부터 가팔라지고 있다.

전영기.남정호 기자 <chunyg@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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