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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5000원 주고 "8759원 받았다고 서명해" 알바생 울리는 나쁜 사장들

중앙일보

입력

#1. 20대 A씨는 올 10~11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월급날 점주가 A씨에게 오더니 종이 한 장을 줬다. ‘시급 8759원을 지급받았다’는 내용으로, 본인 확인 서명을 하라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높은 시급에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잠시, 월급 봉투를 확인해보니 시급은 5000원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5580원(2015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점주는 A씨에게 “스스로 8750원을 받았다고 인정하고 서명을 했으니, 이제 고용노동부에 민원도 제기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의기양양하게 굴었다.

#2. 20대 남성 B씨는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첫 월급날 아무리 금액을 따져봐도 액수가 맞지 않았다. 음식점 주인에게 계산이 잘못된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주인은 “원래 아르바이트 첫 날은 교육 기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당연히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B씨는 “교육 기간이라도 엄연히 하루 동안 일을 했는데 일은 하고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주인은 요지부동이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아르바이트 피해 관련 민원 사례 중 일부다. 국민권익위는 2013년 1월부터 올 11월까지 접수된 아르바이트 피해 민원 2267건을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하고, 관계기관에 내용을 제공했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임금 체불로 1552건(68.4%)이나 됐다. 이 중 대부분은 임금 미지급(928건)이었고, 임금을 부당하게 삭감하고 지급하거나(466건) 퇴직금을 주지 않는 경우(158건) 등도 많았다. 임금 체불의 뒤를 이은 피해 유형은 최저임금 위반으로, 전체의 11.1%인 253건이었다. 폭행이나 폭언, 성희롱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민원이 190건(8.3%), 부당해고를 당한 경우가 119건(5.2%)이었다.

업종별로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피해를 봤다는 민원이 193건(19.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음식점, PC방, 커피점 등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20대가 1629건, 73.1%로 민원을 제기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음이 30대(228건, 10.2%), 10대(207건, 9.2%) 순이었다.

C씨의 경우는 올 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자마자 점주가 “최저임금도 못 주겠다”고 못을 박았다. “최저임금 5580원을 맞춰줄 경우 사업이 어려워지니, 일을 하고 싶으면 그냥 4700원만 받으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20대 D씨는 지난해 7월 초 시급 6200원을 준다는 고용계약서를 작성하고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근무 상태가 불량일 경우 최저임금(2014년 기준 5210원)의 90%만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주인은 이 내용을 근거로 사사건건 근무 태도 불량이라며 세 달 동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주다가 결국 같은 이유로 9월 말 D씨를 해고해버렸다.

최저임금법 6조는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항). 또 3항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한다’고 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에 부과할 수도 있다.

여기서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는 직종에 상관 없이 임금을 받기 위해 일하는 모든 이를 뜻한다. 즉, 모든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으며, 계약서에 뭐라고 돼 있든, 혹은 어떤 이유를 대든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란 얘기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임금 체불, 폭언 등 피해를 당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나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도움을 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특히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피해를 입을 여지가 더 크기 때문에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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