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나를 치켜세우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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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발표했던 이라크전의 승장(勝將) 토미 프랭크스(58) 육군 대장에 대한 미국 국민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민간인 폭격 등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43일 만에 이라크 전쟁을 끝낸 것은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이 인정하는 프랭크스 장군의 업적.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나는 진정으로 토미를 신뢰한다"고 했으며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프랭크스는 훌륭한 군인"이라고 치켜세웠었다.

하지만 그가 유명해진 것은 이런 군사적 업적 때문만은 아니다. 이라크전이 끝난 다음부터 보여준 그의 무인(武人)다운 태도와 가족 사랑이 유명인들의 진중하지 못한 행동에 답답해하던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것이다.

프랭크스 대장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타고 항공모함에 승선, 화려하게 종전 선언을 한 이틀 후인 지난달 3일 '조용히' 이라크를 떠나 본국으로 복귀했다. 자신을 전쟁 영웅으로 평가하려는 분위기에 대해선 "모든 공은 참전 용사들과 통수권자의 몫"이라는 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또 지난달 24일 "결혼 초 아내와 일정한 때가 오면 전역해 시간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며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역하겠다"고 밝혀 미국민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그에게 육군참모총장직을 제의한 상태였다.

프랭크스는 자신의 이런 겸손한 면모를 최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잘 보여줬다. 그는 베트남전에서 무공훈장을 받은 얘기를 꺼내자 "나를 선전하는 내용은 싣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가족 사랑에 대해서도 "우리 주변의 이웃과 다를 게 없다. 그저 아내와 함께 손자들을 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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