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최갑순 할머니 별세 … 생존자 46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기사 이미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갑순(사진) 할머니가 5일 오전 0시56분 별세했다. 96세. 이로써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46명만 남게 됐다.

 최 할머니는 191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15세가 되던 해 일제 순경이 고인의 아버지를 잡아가려고 집에 들이닥쳤다. 고인은 “아버지가 잡혀가면 식구 8명의 생계가 어려워진다. 첫째인 내가 대신 끌려가겠다”고 나서 일본군에 끌려갔다. 고인은 주로 일본 군인만 있는 부대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다고 한다. 부대가 옮겨 갈 때마다 이곳저곳 같이 끌려다닌 탓에 전북 전주를 거쳐 중국 만주의 목단강(牡丹江) 일대까지 떠돌아야 했다.

 45년 해방 후에도 3~4년 동안이나 만주 등에서 행상과 걸인 생활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무작정 남쪽으로 걸어 고향 구례에 도착했다. 고향에 정착한 뒤로는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따르면 고인은 수년 전부터 노환으로 병원 신세를 졌고, 평소 “죄 짓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빈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한양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7일 오전 8시. 031-529-4440.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