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기꾼 등친 사기꾼?

중앙일보

입력

 
‘뛰는 사기꾼 위에 나는 사기꾼(?).’

경찰관을 사칭해 자신과 비슷한 방법으로 인터넷 사기를 치는 사람에게 접근, 돈을 빼앗은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관이 아닌 것이 들통나자 피해자를 설득, 함께 인터넷 사기에 나서 23명으로부터 12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사기 및 공갈 혐의로 김모(27)씨를 구속하고 조모(2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월 12일부터 10월 20일까지 한 인터넷 중고용품 거래 사이트에 “모바일 백화점 상품권을 싸게 판다”고 글을 올린 뒤 이미 사용한 상품권을 보내주는 방법으로 23명으로부터 12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미 4차례 정도 모바일 백화점 상품권 사기를 쳤던 김씨는 지난달 자신의 계좌가 노출돼 더이상 사기 행위를 할 수 없게 되자 조씨에게 접근했다. 조씨는 당시 한 사이트에서 모바일 상품권 사기를 치려고 글을 올려 놓은 상태였다. 김씨는 조씨에게 사기당한 박모(38ㆍ여)씨를 통해 조씨의 휴대전화번호를 알아 낸 뒤 “경찰관이다. 사기치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만나자”고 했다.

김씨는 이렇게 해서 지난달 13일 서울에서 조씨를 만난 뒤 “눈감아 줄테니 돈을 내놓으라”고 해 10만원을 받았다. 또 조씨의 계좌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3~4차례 상품권 사기를 쳤다. 김씨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조씨가 경찰관이 아닌 것을 알아채자 함께 사기를 쳐 6대 4로 나눠 갖자고 했다. 이렇게 해서 이들은 23명에게 모바일 상품권 사기 행각을 벌였다.

김씨는 경찰에서 “모바일 상품권이 백화점에 직접 가기 전까지는 사용여부를 알 수 없는 허점을 이용했다"고 진술했다.

안양=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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