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사실상 정상회담 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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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 측이 북한에 보낸 4억5천만달러는 대북 경협 대가이자, 정상회담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송두환(宋斗煥)특별검사팀에 의해 결론지어졌다.

특히 이 중 1억달러는 김대중(金大中)정부가 북측에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나 정부 측 요청으로 현대가 대신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특검팀은 25일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지난 4월 17일부터 진행해 온 70일간의 수사를 마쳤다.

宋특검은 이날 발표에서 "2000년 3~4월 남북 특사가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현대는 북한에서 포괄적 경제협력 사업권을 획득하는 대가로 4억달러(현금 3억5천만달러.평양체육관 건립 등 현물 지원 5천만달러)를 정상회담 전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이와 별도로 정부가 북한에 1억달러의 현금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1억달러 마련에 어려움을 느껴 박지원(朴智元)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해 5월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게 이를 대신 지급해줄 것을 요청, 현대 측이 전액을 보냈다는 것이다.

宋특검은 "4억5천만달러가 정상회담 전에 모두 송금되고 그 과정에 정부가 적극 개입했으며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비밀리에 송금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아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조사와 관련, 宋특검은 "金전대통령이 대북 송금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은 확인했으나 위법 행위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파악하지는 못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朴전실장을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와 불법 송금 공모 혐의(남북교류협력법.외국환거래법 위반)로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朴씨를 구속할 때 적용했던 1백50억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선 "수사 결과를 종합해볼 때 범죄 소명이 충분하지만 수사가 미진한 상태에서 기소할 경우 자칫 면죄부를 줄 수 있어 참고인 중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임동원(林東源)전 국가정보원장과 鄭회장도 남북교류협력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鄭회장에게는 현대상선이 북한에 보낸 2천2백35억원을 회계처리하면서 선박 구입비 등으로 허위 기재한 혐의(주식회사외부감사법.증권거래법 위반)도 적용됐다.이에 따라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모두 8명이 됐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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