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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눈먼 한국의 헌법재판소

미주중앙

입력

업데이트

최근 한국 헌법재판소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폴 사(Paul Sa)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을 기각했다. 결국 18세 때 한국 국적 이탈을 하지 못했으면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38세가 되어 병역이 면제되지 않는 한, 한국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은 계속 유효하게 남게 되었다.

오바마는 아버지 국적에 의해 케냐 국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 이유는 케냐법에 의해 성년때 케냐국적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케냐 국적이 자동말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 후보이자 텍사스 주 연방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는 카나다 출생으로 인해 카나다 이중국적 소유자였다. 이것이 정치문제로 부각되자 그는 카나다 국적을 포기했다.

그러나 한인 2세들은 한국 국적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인 2세는 38세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할 수 없기에 미국 대통령이나 상원의원으로 당선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중국적자로 몰려 정치적 생명이 끊어질 것이 확실하다. 이런 예견 가능한 현실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눈으로 현실을 보지 못하고, 실제 피해자가 발생할 때까지 그저 지켜보겠다는 것 같다.

유일한 연방 하원의원인 김창준의원은 한국에서 한국정치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면서 미국에 있는 한인 2세들과 함께 한국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한인 2세들이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인해 한국 방문에 큰 제한을 받아,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한국행을 아예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글로벌 시대에 인재를 키우는 일에 국적법이 큰 장애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 속담에 “빈대 한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말이 있다. 일부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악법이 필요하다면 과연 그 법은 제대로 된 법인가?
최근에 서울에 있는 미 대사관에서 자문 요청이 와서 한국의 국적법에 대한 브리핑을 해 주었다. 미 시민권자 한인 2세들이 정보 부족으로 한국에 와서 문제가 생긴 뒤 미국 대사관에 접촉했을 때는 이미 손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늘고 있다며 미 대사관도 한국의 국적법에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다고 자문해 온 것이다. 이렇게 자기 시민이라고 보호하려고 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미 대사관의 태도에 나는 꼼꼼하고 정확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러한 국적법으로 인해 미 시민권자인 많은 한인 2세들이 잘못된 정보를 받고 한국에 와서 체포되고 군대에 가야하는 외교적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이런 시점에 헌법재판소는 필자가 4번째로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각한 것이다. 문제의 법을 개정하는데 참여한 석동현 한국 이민법 학회 회장을 작년 한국 국회토론회에서 만났다. 그는 법의 목적이 병역 입영자를 확보하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 발표를 했던 필자는 대부분의 미주 한인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한국 호적에도 없고 한국에 가서 살 사람들도 아니며 이미 병역이 면제된 해외동포라고 말해주었다. 국적이탈에 관한 한국 국적법 규정을 알지 못하였고 또한 한국정부도 통보를 해 준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절차도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소요되어 소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탈신청도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단지 18세에 한국국적을 이탈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로 38세까지 국적이탈을 못하게 만들어 한국 방문도 못하고 미국 정계 및 공직 그리고 사관학교 입학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라고 자세이 설명해 주었다.

이에 대해 석회장은 법적 반박 대신에 “국민정서 때문에…”라며 변명을 했다. 참석한 병무청 관계자는 “형평의 원칙 때문에…”라며 개정을 반대했다. 마치 한인 2세 전부가 병역의 의무는 하지 않으면서 한국에서 혜택만 받으려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원정출산자와 병역기피자를 한인 2세와 구별하지 못한 눈먼 입법을 헌법재판소는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의 메시지는 “한인 2세는 한국에 오지마라. 그리고 미국 공직 진출을 포기하라”라는 선포와 다르지 않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눈먼 입법자와 헌법재판소가 시대를 인도하면 한국의 국익과 해외동포의 권익이 전부 구덩이에 빠지고 말 것이다. 해외에서 이름을 날리는 한국인의 위상과 긍지는 자랑하면서, 한인 2세의 발목을 잡는 한국 국적법이라는 이중 잣대는 어떻게 설명할것인가? 한국의 국익과 세계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잘못된 입법을 만든 사람은 먼저 법을 바로 잡는 일부터 해 주기를 바란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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