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벤처 투자업계 큰 손'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구속 기소

‘벤처 투자업계의 큰 손’ ‘투자의 귀재’로 불리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금융위원회에서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자로부터 7000억원을 불법 모집한 혐의(자본시장법위반)로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50) 대표와 범모(45) 경영지원부문 부사장을 구속 기소하고, 영업부문 부사장인 박모(4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 등은 2011년 9월부터 4년간 정부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채 투자자들을 꾀어 3만여명에게서 7000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회 선후배로 만난 이들은 2011년부터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며 ‘미래 가치가 있는 비상장 주식회사에 투자하기 때문에 상장되는 순간 고수익을 낼 수 있다’거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나 부동산 개발에 투자한다’고 속여 투자자들의 돈을 모았다. 투자금 7000억원 중 1580억원은 ‘확정수익 추구형’ 종목으로 원금과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별도로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유사수신 혐의를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확정수익’이나 ‘원금보장’ 같은 표현을 쓰지 않고 ‘확정수익추구’라고 돌려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애초에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기 위해 새로운 투자자 끌어들여 2000억원 모집한 후 그 돈으로 수익금 주는 ‘돌려막기’를 해 한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보험영업인들을 끌어들여 일반 보험사보다 수당을 더 주면서 자신의 영업사원으로 활용했다. 매주 ‘수요집회’를 열어 본인이 화려한 언변으로 영업사원들을 교육하고 이들을 통해 다단계 형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것이다. 전국 5개 영업본부에 3000여명의 영업원들이 활동했고 투자금 모집 실적에 따라 팀장·수석팀장·지점장·본부장·영업부문장 순으로 승진시키는 시스템이다.

이 대표는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고, 고급 외제차를 이용하는 등 호화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 이후 추가 자금 모집은 중단된 상태지만 기존 투자자들이 낸 돈 7000억원은 아직도 투자처에 묶여있는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투자하면 대박이 난다’고 약속했지만, 투자금 중 20%를 자신들의 수익을 떼 가고 남은 돈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약속한 이익금을 지급하기가 어려운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