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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가 된 광주 서구, 저소득층 어린이 소원 들어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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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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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양이 광주시 서구에 보내온 소원 편지. [김호 기자]

“엄마가 계시지 않은 집은 늘 쓸쓸하고 외로워요. 눈물이 빙 돌 때도 많구요.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게 제 소원이랍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제주도 신혼여행 때래요. 제 소원을 꼭 들어주신다면 저희 가족이 다시 함께할 수 있을 거예요.”

초등생 소원 성취 사업 3년째
후원 기관 기부금 받아 운영
숲 체험 등 소박한 바람 많아

 지난 16일 광주광역시 서구 복지정책과에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광주시 치평동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유지연(9·가명)양이 연필로 꾹꾹 눌러쓴 A4 용지 2장짜리 편지였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남동생과 셋이 산다는 유양은 편지에서 부모가 함께하는 제주도 가족여행을 신청했다. 편지는 색연필로 그린 화목한 가족 그림으로 마무리했다.

 작고 소박하지만, 그러면서도 간절한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구청이 있다. 사연을 담아 정성껏 쓴 편지를 보내면 내용을 살펴본 뒤 소원을 실행에 옮겨준다. 올해로 3년째 저소득층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원 성취 사업을 진행 중인 광주시 서구 얘기다.

 이 사업은 2013년 5월 어린이날을 맞아 처음 시작됐다. “1년에 한 번이라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소원이 이뤄지도록 도와주자”는 아이디어가 출발점이 됐다. 어린이들이 보내온 편지에는 복지 담당자들도 미처 몰랐던 진솔한 가정사와 꿈 이야기가 두루 담겼다. 가장 많은 소원은 가족여행이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동생을 위해 숲체험을 하고 싶어요” “물려받은 헌옷 대신 한 번이라도 새옷을 입어보고 싶어요” 등 소박한 희망도 적잖았다. 게임기나 인형 등 값비싼 선물만 바랄 것이란 어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사업 첫 해 주민들과 후원단체가 낸 성금 등 3300만원으로 68명이 소원을 이뤘다. 지난해엔 4300만원으로 117명의 꿈을 들어줬다. 올해는 기아자동차가 3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총 4900만원이 모였다. 예상 밖의 효과도 나타났다. 별거 중인 부부가 자녀의 신청으로 함께 여행을 다녀온 뒤 재결합하는가 하면, 희귀병을 앓던 어린이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후원자를 만나 매달 치료비를 지원받고 있다. 올해 공모는 25일까지 진행된다. 관내 아동센터와 동주민센터에 편지를 보내면 된다. 구청 측은 올해 200여 통의 사연이 접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원을 들어줄 어린이 명단은 다음달 18일 서구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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