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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고흥 엽총 난사 2명 사상…불법유통 총기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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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묘 이장 문제로 조카들과 다투던 70대 남성이 엽총을 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경찰은 범행에 쓰인 엽총이 불법 유통된 것으로 보고 출처 확인에 나섰다.

전남 고흥경찰서는 23일 말다툼 끝에 조카들에게 엽총을 발사한 혐의(살인 등)로 박모(72·광주광역시)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박씨는 이날 오전 9시55분쯤 고흥군 영남면 금사리 마을 뒷산에서 조카 A씨(57)와 B씨(70)에게 엽총 한 발씩을 쏜 혐의다. 가슴에 총을 맞은 A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B씨는 광주광역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중태다. 피해자들은 형제 사이다.

조사 결과 최근 조상 묘를 이장한 박씨는 이날 제를 올리기 위해 친인척 6명이 모인 자리에서 A씨 형제와 말다툼을 벌였고, 이후 차량 트렁크에서 엽총과 탄환을 가져와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묘 이장을 주도했던 박씨와 피해자들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박씨는 총기 소지 허가를 받은 상태였지만 종류는 '엽총'이 아닌 '공기총'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 소유의 공기총은 주거지 관할인 광주 모 경찰서에 보관돼 있다.

이에 대해 박씨는 경찰에서 "1980년대 엽총 두 정을 아는 총포상에게서 선물받아 한 정은 팔
고 남은 한 정은 보관해 왔다. 탄환도 그때 받은 것들"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이 박씨가 쏜 엽총을 압수해 확인한 결과 소유자와 그동안의 유통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총기번호가 고의로 지워진 듯한 흔적도 발견됐다. 경찰은 남은 탄환 10발을 압수했다.

경찰은 일반인이 소유 중 분실·도난 신고한 총기 중 엽총은 한 정도 없고 공기총만 51정이란 점에서 박씨가 쏜 엽총이 제조·판매 단계에서 불법 유통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전국의 총기 제조업소는 18곳, 판매업소는 17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총기 제조·판매업소가 장부만 작성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던 시기에 불법 유통된 엽총으로 추정된다"며 "총기번호가 훼손된 점에서 구체적인 유통 경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흥=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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