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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 비리’ 유상봉, 공직자에게 “돈 돌려달라” 협박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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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11년 발생한 ‘함바 비리’ 사건의 주범이자 브로커 유상봉(69)씨가 최근까지 자신이 알고 지내던 전·현직 공직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함바(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수주를 위한 청탁을 집요하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또 일부 공직자에게는 자신이 준 돈을 돌려달라는 협박성 편지도 보냈으며 최측근들에게는 전·현직 공직자들을 만나 돈을 받아오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

JTBC 탐사 팀 옥중편지 119통 입수
“검찰에 선거자금 준 것 알리겠다”

 이는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팀이 유씨의 옥중 편지 119통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제작팀이 확보한 편지들은 2012년 4월부터 지난 12일 사이에 작성됐다. 유씨가 서울구치소와 성동구치소·부산구치소 등에 수감돼 있던 시기다. 유씨의 편지에 언급된 인물은 모두 347명이고 이 중 전·현직 공직자는 116명(고위직 공무원 92명 포함)이다. 현직 여당 국회의원, 전 광역자치단체장, 현직 경찰간부, 전 행정자치부 차관, 서울의 현직 구청장,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장 등 각계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편지와 함께 유씨 자필로 쓴 메모지에는 전직 검찰총장·중앙지검장의 실명과 출신 학교, 고향 등이 정리돼 있다.

유씨의 한 측근은 “편지에 언급된 이들은 유씨와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로 실제 로비를 벌인 대상들”이라 고 말했다.

  유씨는 서울의 한 현직 구청장에게도 편지를 보내 “지난 선거 때 캠프에 선거자금을 냈다. 도와주지 않으면 검찰에 진정서를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편지에는 로비 수법도 담겨 있다. 유씨는 현금 외에도 평소 자신의 BMW 자동차에 50만~100만원 상당의 명품 몽블랑펜 수십 자루, 백화점 상품권, 고급양주를 갖고 다니며 공직자들을 만날 때 마다 선물 공세를 폈다. 유씨와 10여 년 동안 함바사업을 함께 했다는 한 측근은 “4년 전 함바사건으로 구속된 직후 병보석 등으로 풀려나 있을 때도 병원에서 매일 외출증을 끊어 로비를 하러 다녔고 주말에는 경마도박을 자유롭게 했다”며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유씨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편지게이트'를 불러온 셈”이라고 말했다.

편지의 상세 내용은 20일 오후 9시40분에 방송되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함바왕 유상봉의 옥중 협박 편지의 진실’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성표 JTBC 기자 muzes@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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