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부 "아베가 소녀상 철거 요구? 사실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양국 정상 간의 상세한 협의 내용을 밝히는 것은 자제하고자 한다”면서도 “다만 아베 총리가 단독회담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또 “정부로선 일본에서 이렇게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앞서 아사히(朝日) 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또 아베 총리는 “위안부 동상 철거가 위안부 문제 조기 타결의 최소한의 조건”이라고도 말했다고 했다.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가 미국에 있는 위안부 동상에 대해서도 어떠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외교부 당국자들은 이전부터 일관되게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반복적으로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는 것은 일본 국내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우익 세력은 평화의 소녀상 철거을 위안부 협의에서도 요구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이상덕 동북아국장과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10차 국장급 협의를 했을 때도 이시카네 국장은 소녀상 문제를 제기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명시적인 철거 요청은 아니고, 대사관 앞에 있다니 불편하다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 우리 측은 ‘이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일이고, 위안부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고 답했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은 이미 하나의 커다란 상징이 됐다. 일본측이 철거를 요구할 일도 아니고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며 “위안부 협의가 잘 풀려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 소녀상을 세운 정대협 등에서 판단할 일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