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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족 사망·사고 빼곤 … 시리아 등 6개국 가기 어려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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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리아 등 여행금지국가(여권 사용 제한 국가)에 방문하거나 체류할 수 있는 기준을 더 엄격하게 바꾸기로 했다. 시리아에 입국해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김모(18)군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차관은 국회에서 "김모군이 사망했다고 추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새 여권법 시행령 입법 예고
인도적 활동·지원 허용했던
방문 예외조항 요건 강화
내국인 IS 가담 막는 목적도

 외교부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여권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한국 국민이 여행금지국을 방문하거나 해당 국가에 머무를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는데, 외교부는 개정안에서 관련 규정을 더 까다롭게 바꿨다. 정부는 17일 현재 이라크·소말리아·아프가니스탄·예멘·시리아·리비아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여행금지의 예외적인 상황을 규정한 29조 1항 3호의 ‘긴급한 인도적 활동을 수행하거나 지원하기 위한 경우’를 ‘국외에 체류 중인 배우자나 직계가족 등이 사망하거나 이에 준하는 질병, 사고를 당하는 등 긴급한 인도적 사유가 있는 경우’로 대폭 강화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입법 취지를 봤을 때 이 조항은 여행금지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위급한 상황일 때 예외적으로 그 가족에게 방문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구호활동 등 인도적 활동을 허가한다는 게 아니다. 시행령의 상위법인 여권법에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행령 규정이 잘못돼 이런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 국민에게 여권 사용을 허가했기 때문에 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행금지국에서 영주권을 얻은 한국 국민이 해당 국가가 생활근거지라고 주장만 하면 체류를 허가했던 조항도 강화됐다. 개정안은 재직증명서 등 서류를 통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만 체류할 수 있도록 새로 규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원래 이 조항을 둔 이유는 해당 국가를 떠날 경우 생계를 위협받는 국민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존 시행령 조항은 주관적이어서 당사자가 ‘꼭 여기서 일해야 먹고살 수 있다’고 주장하면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취약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예멘에서 치안 악화로 한국 대사관이 철수했을 때도 국민 23명은 잔류를 희망해 남은 적이 있다.

 새 시행령은 방문 및 체류 허가를 내줬더라도 외교부 장관이 직권으로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신설했다.

 외교부의 여권법 시행령 개정은 지난 1월 김군의 IS 가담 이후 한국 국민의 여행금지국 입국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외국인들이 시리아 등에 입국해 일정 기간 동안 머무르며 훈련받은 뒤 자국으로 돌아가 테러리스트로 활동하는 최근의 글로벌 테러 동향도 반영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테러방지법이 아직 입법되지 않아 현행 법령 중 그나마 가능한 여권법 시행령을 우선 손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24일까지다. .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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