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간 도로 점거도 교통방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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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집회 때 단 몇 분 동안 도로를 점거했더라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7일 쌍용차대책위 집회에 참석해 4분여간 도로를 점거한 혐의 등(일반교통방해·공무집행방해)으로 기소된 대학생 임모(24·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쌍용차대책위 집회 참가자 재판서
대법 “통행에 지장 없었어도 유죄”

 대법원 재판부는 “일반교통방해죄는 공중의 교통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교통을 방해해 통행을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로 현저한 교통 방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씨 등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의 도로 점거로 인해 단시간이나마 일반 차량의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임씨는 2012년 6월 16일 쌍용차범국민대책위 등이 주도한 ‘걷기대회’ 집회에 참석했다. 임씨 등 참가자 500여 명은 당시 서울 서소문 충정로역에서 시청역 방향의 고가도로 옆 편도 3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했다. 1·2심은 “임씨 등은 도로를 점거했다가 경찰의 제지에 따라 4분 만에 인도로 올라갔고, 그 직전까지 해당 도로의 차량 소통이 원활했던 점 등을 볼 때 임씨의 행위가 차량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집회 일반교통방해 사건을 놓고 그동안 하급심에서 유무죄가 엇갈렸던 게 사실”이라며 “도로 점거 시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차량 교통을 방해한 상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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