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쌀 재고 137만t 있지만 … 당정, 15만t 더 매입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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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말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쌀 20만t을 사들이기로 했던 정부와 새누리당이 쌀 15만t의 추가 매입을 추진 중이라고 당 핵심 관계자가 17일 밝혔다. 최종 물량은 다음주 당정회의에서 확정한다.

보관료 등 연 1200억 추가로 손실
"쌀 소비 촉진할 제품 개발 나서야"

 올해 쌀 생산량이 최근 6년간 최고치(432만7000t)를 기록하면서 ‘대풍(大豊)의 그늘’이 짙어지자 새누리당은 이날 ‘정기국회 주요 현안 긴급 당정간담회’ 등에서 “쌀 15만t을 시장 격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예산 등을 협의하고 있다. ‘시장 격리’는 정부가 출하량과 가격 조절을 위해 농협 등을 활용해 쌀을 사들이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당정은 지난달 26일 이미 쌀 20만t을 매입하기로 했다. 당시 “추후 통계청 발표를 보고 9만t을 더 매입할지 여부를 결정하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이보다 규모가 6만t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은 17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만나 “20만t을 더 추가해야 쌀값 폭락을 우선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도 “20만t의 추가 격리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쌀의 추가 매입은 셈법이 복잡하다고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은 말한다. 쌀 소비는 줄고, 팔 곳은 없고, 쌀 보관비용은 만만치 않아서다.

 쌀은 지난 10년간 해마다 57만~105만t(평균 72만t) 초과 생산됐다. 반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65㎏으로 2005년(81㎏)보다 20% 줄었다. 대북 쌀 지원은 막혔고 저소득층에 반값으로 공급하는 쌀의 물량을 늘리자니 예산이 든다.

 이미 정부가 쌓아 놓은 쌀 재고는 과포화상태다. 올 8월 쌀 재고량은 137만4000t으로, 1년 보관료만 5000억원이 넘는다. 매년 1만t을 보관하려면 보관료·보험료·금융비용 등 직접 비용만 14억4200만원이 든다. 오래 묵어 쌀의 가치가 떨어지는 기회비용(22억100만원)까지 더하면 1만t당 36억4300만원을 까먹는다. 당정이 추가로 매입하는 35만t을 쌓아 두는 데만 1년간 1200억원이 나간다. 국회 관계자는 “가공식품·막걸리 등 쌀 수요를 촉진할 제품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 밭작물 생산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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