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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佛·獨 "중국 고속鐵 따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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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 수주를 놓고 일본.프랑스.독일이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14시간 소요되는 두 도시간 운행시간을 4~5시간으로 단축시키는 이 고속철도의 예상 공사비는 총 1천억위안(약 15조원). 수주를 따내면 최소한 5조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다른 도시로 연장될 노선의 수주에서도 유리해질 것이라는 부수효과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이익은 몇 배로 커진다. 중국의 철도 궤도는 총 연장 7만㎞로 철도대국으로 불리는 일본(2만7천㎞)의 세 배에 가깝다. 세 나라가 사활을 걸고 달려드는 이유다.

고속철도 '삼국지'=중국 정부는 2008년 개최되는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 수도 베이징과 중국 최대의 상업도시 상하이를 연결하는 총 길이 1천3백㎞의 고속철도 공사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일정상 올해 중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해야 할 처지다.

일본은 신칸센(新幹線)의 안전성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다. 1964년 첫 운행 이후 한 건도 사망사고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독일의 ICE와 프랑스의 TGV는 동력 소모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칸센은 객차에 모터를 단 레일방식인 반면 ICE와 TGV는 기관차가 객차를 끌어당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독일은 신칸센과 같은 동력방식의 'ICE3'를 개발한 외에도 이미 상하이 시내~푸둥(浦東) 공항간 30㎞에 독일의 자금원조로 만들어진 자기부상(磁氣浮上) 방식인 리니어 열차가 시험 운행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슈뢰더 총리가 상하이를 방문해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와 함께 리니어에 시승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프랑스도 한국 고속철도 수주 실적을 내세우며 TGV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상까지 동원된 총 로비전=베이징~상하이간 고속철도는 당초 리니어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러나 리니어에 기울었던 주룽지 전 총리가 지난 3월 퇴임한 이후 오히려 중국 철도성 관리들이 선호하는 레일방식이 우세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자 양국 지도부들까지 총출동한 고공 로비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이달 초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8(선진 7개국과 러시아) 정상회담 직전 후진타오(胡錦濤)중국 국가주석을 따로 만나 신칸센의 장점을 직접 세일즈했다.

또 일본의 종합상사.차량 제조업체.신호기 제조업체 등 39개사로 구성된 '중국고속철도 일본연합'은 최근 중국 철도관계자를 단체로 일본으로 초청, 극진한 대접을 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상하이 리니어 열차 운행에 5백40억원의 자금원조를 한 사실을 거듭 내세우며 이번에도 재정지원 방안을 패키지로 끼워넣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프랑스도 지난 4월 사스 위험을 무릅쓰고 장 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와 운수담당 장관이 중국을 찾아 TGV를 채택할 경우 상당한 자금원조를 하겠다는 뜻을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각에선 경쟁 과열로 수주조건이 형편없게 정해져 결국 중국만 득을 보게 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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