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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275돌 맞은 프리메이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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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신비주의 비밀결사인 '프리메이슨'이 최고의 귀빈 대접을 받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 거처인 엘리제궁 측이 23일 이 단체의 설립 2백75주년을 기념하는 리셉션을 개최한 데 이어 총리실.내무부.파리시청이 주최하는 기념 파티 일정이 25일까지 꽉 찼다.

프랑스 정가(政街)에서 프리메이슨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프리메이슨 프랑스 지부가 2001년부터 꾸준히 '커밍아웃(숨겨왔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을 실현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단체의 커밍아웃은 로비 집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반성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커밍아웃 덕분에 프리메이슨 프랑스 지부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체 회원이 12만5천명으로 사상 최대다. 청년층과 여성회원 수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세 때 성당 건축을 담당한 석공조합에 뿌리를 둔 프리메이슨은 17세기 영국에서 인간과 사회 개선을 추구하는 엘리트들의 사교클럽으로 재탄생했다.

세계시민주의.자유주의를 지향하는 프리메이슨은 이후 유럽과 미주로 확산됐으나 신비주의적 성향 탓에 동구 공산주의와 서구 파시스트 정권에 박해를 받았다.

현재 미국에 4백만명을 비롯, 전 세계에 약 5백70만명이 프리메이슨 단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먼로.존슨.루스벨트.트루먼.닉슨.포드 전 대통령들과 영국의 처칠 총리, 그리고 보들레르.몽테스키외.스탕달.볼테르 등 프랑스 작가들이 모두 프리메이슨 단원이다.

하지만 이 단체는 최근 사회 지도층에 넓게 포진해 있는 인맥을 이용,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일개 이익단체로 전락했다는 비난에 직면해왔다.

프리메이슨 프랑스 중앙본부(GOF)의 알랭 보에르 회장도 "우리들 사이에 부패한 인물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대다수 회원이 인식해왔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프랑스 지부는 지난 5년 동안 1백여명의 '불량 회원'의 자격을 박탈했다. 독직사건에 연루됐던 롤랑 뒤마 전 외무장관도 최근 법원 판결로 혐의를 벗으면서 겨우 회원 자격을 되찾을 수 있었다. 프리메이슨 회원은 정치인보다 의사.변호사.기업간부 등 전문직이 더욱 많다.

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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