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IS는 한국을 공격대상 목록에 올려놓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기사 이미지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11·13 파리 테러는 21세기 테러의 전형이었다. ‘알 수 없는 적’이 민간 시설과 시민에게 무차별적 동시다발 공격을 벌인 것이다. 희생자는 수백 명의 민간인이었다. 축구를 관람하고, 공연을 보고, 혹은 식사를 하던 시민들이었다. 프랑스 전체 국민은 공포에 떨었다.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루브르 박물관과 에펠탑을 포함한 세계적 관광지 파리의 명소들은 문을 닫았다. 열 명 전후의 ‘보이지 않는 적’이 수백의 사상자, 국민적 공포, 정치적 충격, 그리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다. 세계는 지금 전쟁에서의 적군보다 ‘더 무서운 적’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위치도 알 수 없고, 누군지도 모르고, 선전포고도 없는 적이다.

 이번 파리 테러는 치밀하게 준비된 일종의 전투였다. 여섯 곳에서 연쇄 공격을 감행했다. 잘 훈련된 프랑스 군대와 경찰도 막을 수 없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21세기 정보통신기술이다. ‘알 수 없는 적’ 21세기 테러세력은 스마트 기기로 무장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작전 계획을 세운다. ‘디지털 테러리즘’ 시대다. 손바닥 위에서 폭탄제조법, 무기조작법 등을 내려받는다. 스마트폰으로 시한폭탄을 터뜨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작전 개시를 알린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극단주의 대원을 모집한다. 이슬람 신자도 아닌 한국의 김모군은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다. 미국 국토안전보장위원회는 올해 9월 기준 IS에 가담한 외국인이 미국인 250여 명 등을 포함해 100여 개국 3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사 이미지

 이집트에서의 러시아 여객기 테러에 이어 파리에서도 충격적인 테러가 발생했다. 이는 IS 등 21세기 테러세력이 이제 본격적으로 전 세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확실한 경고다. IS는 기존의 알카에다와 차별성을 갖는 극단주의 세력이다. 국가를 선언한 최초의 과격 이슬람주의 세력이다. 은밀히 활동하던 알카에다 등 기존 조직들과는 차원이 다른 ‘적’이다. 이라크와 시리아 중앙정부가 통제권을 상실한 지역에서 IS는 ‘칼리파 국가’를 세웠다.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통치 자금을 마련하고, 전사를 모집 및 훈련시키고, 전투원을 곳곳에 파견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IS의 선전 및 홍보 전략이다. 알카에다 등 20세기 테러세력과는 수준이 다르다. 과거 아랍어로 된 조악한 동영상, 성명서 등이 아니다. 고화질의 동영상과 다양한 색채로 편집된 가독성 높은 영어 게시 글들이 웹과 SNS에 올라오고 있다. 이를 통해 이라크·시리아 등 주 근거지를 넘어 북아프리카·유럽·아시아 등지에서 세력을 무한 확장하고 있다. 리비아, 이집트 시나이 반도, 알제리,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에 지부나 연계세력을 두고 있다. 유럽·호주·동남아 등의 자생 테러 조직들도 IS와 연계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억 명의 전 세계 청소년이 IS의 선전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차원이 다른 IS의 테러 위협에 국제사회는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중동에서 ‘발 빼기’를 진행하던 미국도 다시 IS 격퇴 군사작전을 주도하고 있다. 난민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유럽도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공습에 가담하고 있다.

IS 테러범들의 이동 및 활동 그리고 전 세계 청소년들의 가담을 막기 위해 유엔도 나섰다. 지난해 9월에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외국인 테러 전투원 방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테러 전투원의 모집과 조직화, 이동, 여행 및 활동경비 조달을 막기 위한 것이다. IS에 대한 군사적 조치로만 테러를 차단하기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결의안은 또 각 회원국에 테러 확산 방지 장치를 법으로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국제사회의 조치들도 이번 파리 테러를 막지 못했다. 지난 1월 7일 12명이 사망한 샤를리 에브도 주간지 테러 이후 프랑스는 만반의 테러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크고 작은 테러 사건이 이어졌고, 급기야 대규모 동시다발 연쇄 공격이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21세기 테러는 예방이 어려운 것이다.

아직은 국내에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전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알카에다와 IS 모두 한국을 공격대상 목록에 올려놓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국민이 희생된 경험도 있다. 지구적 문제가 된 테러 방지를 위해 전방위적 테러 대응 자세가 필요하다. 국제적 테러 대응에 적극적으로 공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테러법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이미 대테러법을 제정해 적극적 방지 노력을 하고 있는 프랑스 등 선진국도 공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테러는 최대한 예방돼야 한다. 사후 조치는 부수적인 것이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