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건축물 수익성 확보 비상] 도시 주거환경정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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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재건축.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을 규정한 것이다. 이들 사업은 그동안 주택건설촉진법, 도시재개발법, 도시 저소득 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 등 3개의 법령에서 따로 다뤄져 왔는데 이번에 통합하면서 사업규제가 강화된다.

주거환경정비법은 재건축 요건을 크게 강화함으로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무척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허용 여부를 결정지을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건 강화=이제까지 안전진단은 주민이 신청해 구청장이 실시 여부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사업시기 조정, 건축물 노후.불량 정도 평가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시.도지사가 사전에 평가하도록 했고 구청장 등은 시.도지사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광역단체장이 재건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구조안전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재건축을 강력히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진단 대상은 지은지 20년 이상인 단지로 자치단체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재건축 허용 연한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20년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안전진단 기준이 마련된다. 건설교통부의 기준안에 따르면 육안검사로 끝내던 예비 안전진단을 위해 구조안전 등의 전문가들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의결방식도 만장일치나 다수결 등에서 전원합의제로 바뀐다.

정밀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건물마감 상태 및 설비성능.주거환경성능.경제성 등 4개 분야를 정밀 평가토록했다. 경제성 평가때 재건축 후 가치 상승분을 고려하지 않는다.

안전진단 결과는 ▶유지관리▶리모델링▶재건축 유보▶재건축 실시로 결정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무분별한 재건축이 억제돼 재건축 단지가 주택가격을 부추기는 현상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절차 변경=재건축이 '선계획.후개발'로 진행된다. 인구 50만 이상의 시는 10년 단위의 재건축기본계획을 세워야한다. 3백가구 또는 1만㎡ 이상인 경우 정비구역 지정을 받아야한다.

그 미만인 소규모 재건축이더라도 20가구 이상 공동주택만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도 되지만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갖춰야한다.

구역지정을 마친 뒤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주민들이 임의로 구성하던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제도화된다.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구청장 등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추진위원회는 안전진단 지정신청.조합설립인가 준비.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등을 한다. 이후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승인을 받고 시공사를 경쟁입찰 방법으로 선정한다.

시공사 선정이 늦춰진 것은 사업 시행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조합과 시공자의 공동사업이었지만 조합 단독시행이나 시장.군수.공법인 등과의 공동시행 방식으로 변경돼 사업추진에서 시공자가 제외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조합설립 이상 단계의 단지들을 빼고는 재건축 초기 단계인 단지들의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상당기간 늦어질 전망이다.

◇투자방식 바꿔야=재건축이 어려워진 데다 사업승인을 신청하지 못한 단지들에 후분양제가 도입돼 재건축 투자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안전진단 등 사업초기 재건축 단지의 투자 위험성이 높아진다.

특히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들은 재건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후분양제로 인해 사업승인 신청 전 단계의 단지들은 추가부담금 증가 등의 부담을 안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재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에 이 같은 제도 변화의 영향이 많이 반영되지 않아 새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급락할 단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로운 법과 후분양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단지가 투자 1순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거나 모든 절차를 끝내고 이주가 진행 중인 단지들이다.

이들 단지는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희소가치 때문에 더 오를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재건축 단지별로 옥석을 가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바뀌는 재건축 절차>

기본계획→구역지정(정비계획 수립)→추진위 구성→안전진단→사업시행인가→시공사 선정→관리처분계획→착공.분양(투기과열지구선 공정률 80%때 일반분양)→준공→조합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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