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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글로벌 직구 전쟁의 새 지평 보여준 중국 광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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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에서 11일 열렸던 광군제(光棍節·싱글데이) 행사는 한마디로 쇼핑 광풍이었다. 중국 토종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자체 기념일 행사임에도 232개국의 판매자와 소비자가 움직였고, 하루 동안 거래된 금액만 16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 행사가 단순히 성공한 유통행사라는 것을 넘어 우리에게 놀라움을 주는 이유는 따로 있다.

 먼저 중국의 유통 실력이다. 시장은 거대하지만 유통 기법과 실력에선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판이었다. 알리바바는 베이징 한복판에 종합상황실을 차려놓고, 구매현황을 실시간 생중계하고 외국인 스타까지 초빙하는 등 쇼핑행사를 축제로 만들었다. 여기에다 ‘세계화’를 표방하며 해외 직구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장을 열어 ‘유통의 개방화’를 추구했다. 이에 광군제는 일약 미국의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와 견주는 세계 최대 쇼핑행사로 자리매김했다.

 광군제는 ‘글로벌 직구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줬다. 블랙프라이데이나 복싱데이 등 서구 유통행사는 오프라인 쇼핑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광군제는 전자상거래 전용 쇼핑행사로 블랙프라이데이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림으로써 전자상거래가 이젠 유통의 중심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온라인 쇼핑의 개방성은 현지에 매장이 없는 외국 업체들도 이런 행사를 통해 현지인에게 박리다매로 물건을 팔 수 있는 유통혁신을 보여줬다. 실제로 많은 한국 제조업체들도 이번 광군제 행사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문제는 이렇게 시작된 글로벌 직구 전쟁에 우리 유통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다. 국내에서도 해외직구족이 늘면서 직구를 통한 소비는 낯선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제 광군제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 글로벌 온라인 행사까지 자리를 잡으면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인 한국 유통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 정부와 유통·가전업체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의 접목, 더 편리한 전자상거래 환경 마련 등 획기적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