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한 세력과 동맹 맺는 방식으로 힘의 균형 이루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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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호텔신라에서 열린 J글로벌-채텀하우스 포럼에서 담소하는 로빈 니블렛 채텀하우스 대표,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마르티 나타레가와 전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왼쪽부터). [김성룡 기자]

마르티 나타레가와 전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동남아시아 영토 분쟁의 해결사로 통하는 인물이다. 2011년 캄보디아와 태국 간 영토 분쟁이 교전으로 확산해 20여 명이 사망하자 당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의장이었던 그는 양국 외교장관의 회담을 성사시켜 교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 그가 9일 ‘J글로벌-채텀하우스 포럼 2015’의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키워드는 ‘동적 균형 ’이다. 그는 연설에서 “‘변화는 영원하다’는 말은 모순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국제정치 세계에 있어선 현실”이라며 “변화가 상수로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힘의 이동을 통제하려는 태도는 불안정성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지역적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나타레가와 전 인니 장관 기조연설

 이러한 ‘동적 균형’을 담보하기 위해 그는 동맹 구축과 같은 전통적인 세력 균형 모델의 폐기를 주장했다. 그는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압도적인 한 세력과 동맹을 맺는 방식은 이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포괄적인 지역 체제를 통해 역학관계에 중점을 두어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동아시아 정상회의의 회원국에 인도·호주·뉴질랜드 역시 참여시켜 더 포괄적 다자주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한·중·일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압도적 세력의 출현으로 인해 균형이 깨지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북아의 영토 분쟁에서 동남아의 경험이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참여해 온 일부 해상 국경 협상은 30년에 걸쳐 정식 회담을 이어간 후에야 겨우 타결됐다”며 “지역 전체가 나서서 평화적 타결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76년 아세안 국가들이 체결한 우호협력조약(TAC)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TAC는 한 번도 정식으로 이행된 적은 없지만 동남아에 평화의 문화와 평화적 해결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포럼 이모저모=행사가 열린 9일 서울 신라호텔에는 국내외 250명의 외교안보, 글로벌 경제 전문가가 모였다. 청중의 날카로운 질문에 토론자들은 예를 갖추면서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역사의 도전’을 주제로 한두 번째 세션에서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경우 20~30대 젊은이들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한국의 경우는 20~30대가 좀 더 국제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소에야 요시히데(添谷芳秀)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젊은이들은 오히려 반(反)국가적이다”고 반박했다. 동아시아 군축을 두고도 한·일 간 설전은 이어졌다. 고려대 김 교수가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아시아 정책은 고민이 부족하다”고 주장한 반면, 소에야 교수는 “일본과 한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전수진·하남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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