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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 인터넷산업에 핀테크 혁명으로 동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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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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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중국 내수시장은 인터넷 기반으로 재편될 겁니다. 한국이 저성장 고리를 끊으려면 핀테크(금융+정보기술) 혁명으로 중국이라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야 합니다.” 정유신(56·사진) 금융위원회 핀테크지원센터장(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이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핀테크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콕 짚은 키워드는 ‘중국’이다. 중국의 제조업 성장기에 한국이 중간재 수출로 성장의 과실을 공유했다면 앞으로는 중국 내수 인터넷산업 발전 과정에 동참해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중국 핀테크 적극 육성 나설 계획
저성장 고리 끊을 기회로 삼아야
결제 서비스서 가장 빨리 대중화
기업·개인에 많은 변화 부를 기술

중국은 지난달 열린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향후 5년간(2016~2020년) 인터넷업종과 다른 산업을 결합한 ‘인터넷플러스’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핀테크와 전자상거래가 대표적이다.

 정 센터장은 최근 신간 ‘핀테크, 기회를 잡아라’에서 이처럼 한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예의주시해야 할 성장 기회는 물론 개인의 일상 생활에 가져올 변화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추상적이고 모호했던 핀테크 개념을 구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핀테크 입문서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정 센터장은 원래 ‘정통 금융맨’ 출신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79학번(1979년 입학)으로 ▶대우증권 투자금융(IB)본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SC은행 부행장 ▶SC증권 대표를 거쳤다. 그런 그가 ‘핀테크 전도사’로 변신하게 된 건 2011~2014년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역임하면서다. 그는 “좋은 벤처기업을 골라 투자하려다 보니 나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벤처산업, 중국 인터넷기업을 둘러보며 핀테크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걸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가 올해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초대 핀테크지원센터장 제의를 받고 기꺼이 수락한 이유다.

 핀테크는 국가경제·기업뿐만 아니라 가정과 개인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올 기술이다. 정 센터장은 “결제부터 투자까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돈의 흐름을 바꿀 대혁명”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는 분야는 결제다. 미국의 간편 송금 애플리케이션 벤모는 밥을 먹은 일행이 각자의 밥값을 앱을 통해 결제하는 ‘더치페이’ 서비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중국의 알리페이는 외국돈으로 환전할 필요없는 결제 서비스로, 중국인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도 스마트폰을 카드결제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되는 삼성페이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문·정맥·홍채 등 생체인식 기술을 통한 본인인증·결제도 내년부터 시중은행에서 시작한다.

 이와 함께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와 대출 희망자를 연결해주는 P2P(Peer to Peer, 개인간) 대출도 확산하고 있다. 또 연말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예비인가를 받는다. 앞으로 금융상품 투자는 물론 자산관리, 보험 가입도 핀테크 기술로 할 가능성이 크다.

 정 센터장은 한국의 핀테크 수준에 대해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최근 1년여간 정부 주도로 토대를 많이 닦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빅데이터와 보안시스템 강화를 향후 핀테크 발전 과제로 제시하며 “내년에는 2단계 도약 방안을 만들어 선진국과 경쟁하는 것은 물론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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