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무리 가지 않게 근무는 6시간 이내 꼼꼼한 교육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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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처음 뽑은 15명의 ‘시루바(Silver)’ 직원들이 생생히 기억 납니다. 사실 초반 6개월은 정말 힘들었죠. 시루바들은 실수를 연발하고 정규직원들은 불평을 쏟아냈습니다.”(가토)

코앞에 온 '실버코리아' <하> 노인과 함께 일하는 일터
가토 대표의 노인과 일하기 노하우

 가토제작소의 가토 게이지(54·사진) 대표는 2001년부터 노인 직원 고용에 앞장서왔다. 그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한 ‘노인과 함께 일하는 법’엔 노인세대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담겨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은 건 탄력적인 시간 운용이다. “대부분의 어르신은 ‘예전처럼 억척스럽게 일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근무시간은 6시간 이내, 주 근무시간은 30시간 이내로 해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지요.” 가토 대표는 “자유롭게 휴직과 복직을 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몸이 아프거나 배우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도 ‘잘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무리를 하지 않게 한 것”이라고 했다.

 꼼꼼한 교육은 필수다. 노인 직원 중엔 한번도 공장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 정규직원에 비해 배운 것을 잘 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업무 매뉴얼에 관한 설명은 ‘좀 과하다’ 싶을 만큼 하고, 기억에만 의존해 일하지 않도록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야 해요. 또 ‘하루 종일 교체 없이, 한 번에 한 가지 업무만’ 하도록 하고요.”

 가토 대표는 노인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의문점이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물어보라”고 당부한다. 그는 “제일 큰 사고를 칠 때가 바로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혼자 판단을 내리는 경우”라고 했다. ‘노인 맞춤형’ 작업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실수가 잦은 시루바 직원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부품이 잘 안 보인다’ ‘금속판형을 옮기는 일이 너무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표준 조도를 300럭스에서 800럭스로 높이고 작업대도 키에 맞춰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죠. 또 부품 옮기는 일은 정규직원들이 미리 해두게끔 했습니다.”

 가토 대표는 “어르신들이 실수해도 화를 내선 안 된다. ‘다시 말씀드리면 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루바 고용은 내 생에 가장 잘한 선택”이라며 “사람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존재란 걸 내게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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