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영 납북자가족협회장 '인권보고서'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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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게 가족이잖아요.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심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납북자 송환 문제를 나의 아버지, 나의 동생 문제라는 입장에서 국민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납북자가족협의회 최우영(崔祐英.33) 회장은 23일 납북자 현황과 북한 내 납북자들의 생활 실상을 담은 자료집 '납북자인권보고서'를 펴냈다.

부산에서 태어난 그가 납북자 송환과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아버지를 빨리 가족 곁으로 모셔와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崔씨의 아버지는 1987년 1월 나포된 동진호의 어로장으로 승선해 있었다. 아버지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채 10여년을 보내다 99년에야 그는 아버지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그는 납북자 송환운동에 몸을 던졌다. 혼자서는 힘에 부쳤기 때문에 다른 가족들과 힘을 모으기 위해 2000년 2월 '납북자가족모임'을 결성했다.

"처음에는 일곱 가족만 모였어요. 납북자들의 생사 확인을 하며 여기저기 뛰어 다니다 보니 그해 11월에는 50가족으로 늘었죠. 그때 납북자가족협의회라는 단체로 확대했고 그러면서 좀더 조직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어요."

崔씨도 의료보험관리공단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협의회 활동을 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대로 정리된 통계나 자료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애로점이었다. 납북자 송환 운동이 해당 가족들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이뤄지다 보니 이렇다 할 자료집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직접 나섰다.

崔씨는 자료집을 만들었던 지난 1년여 동안 밤잠을 거의 설치며 자료 정리에 심혈을 쏟았다. 잠이 올 때면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와 남동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

"납북자들은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있어요. 하지만 이 자료집을 참고해 더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송환 운동이 펼쳐진다면 이른 시일 안에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 발간한 자료집에는 ▶연도별 납북자 현황과 납북자들의 북한 내 인권 상황▶납북자가족협의회의 사업 방향과 활동 내용▶납북자 가족들의 편지▶납북자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 제언 등을 담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일 정상회담 직후부터 일본 내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관심이 쏠리자 崔씨는 일본 단체들과의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23일에는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한.일 공동행사로 '6.25전쟁 53주년 납북인사 송환 한.일 공동 촉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崔씨는 이번에 발표한 자료집을 내년에는 영문으로 출판해 국제적인 관심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납북자 문제는 국제 문제가 됐어요.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납북자 문제가 해결돼야 통일이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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