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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700 직전서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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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달 28일 이후 지자자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이 18일 만에 멈췄다. 이에 따라 23일 거래소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코스닥시장도 심리적인 방어선이었던 50선이 다시 무너졌다.

이와 관련,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까지의 상승 추세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외국인의 '팔자' 전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팔자'로 돌아선 외국인=외국인들은 지난달 28일 이후 지난 20일까지 17일 연속 순매수(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금액)하면서 2조7천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17일 연속 순매수는 외환위기 직후 49일 연속 순매수에 이어 둘째로 긴 기록이다.

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9일 690선을 돌파하며 12% 급등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LG전자.포스코.삼성전기.국민은행 등 우량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와 외국인 지분율을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순매도 규모가 1백6억원에 불과한데도 순매도 사실이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장세를 떠받쳐온 힘은 외국인의 순매수"라며 "순매도로 돌아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50선 무너진 코스닥=연일 상승세를 탔던 코스닥지수가 이날 50선에 올라선 지 6일 만에 50선 아래(49.36)로 다시 떨어졌다. 하락폭(2.8%)도 지난 4월 23일(5.2%) 이후 최대치다. 특히 최근 상승세를 주도했던 인터넷.게임주들의 하락폭이 컸다.

최근 들어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대금도 크게 줄고 있다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상승해도 1% 내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최근 한창 상승할 때 거래대금이 2조5천억원에 달했으나 이날 1조2천억원으로 줄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투자가 거래소시장의 대형주에 집중된 반면 코스닥은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이 이끄는 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매물이 많이 쌓여 있는 48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 조정 폭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장외기업인 드림위즈의 코스닥 등록을 위한 예비심사가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사의 자살 사건으로 연기된 것도 투자자의 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700선 돌파할까=최근 일부 증권사들은 하반기에 종합주가지수가 800선 이상으로 오를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뉴욕 증시도 꾸준히 상승 탄력이 붙는다는 전제 아래서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연속 순매수 기조가 주춤해진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실질 고객예탁금(고객예탁금에서 신용융자.미수금 등을 뺀 것)은 이달 들어 1조원 가량 줄었다.

공모주에 수천억원이 몰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메리츠증권 노기선 주식인수팀장은 "공모주에 몰리는 돈은 주식투자에 들어오는 돈과는 다르다"며 "공모주에 돈이 몰린다고 증시로 자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판단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종합주가지수 700선을 넘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뉴욕 증시나 반도체 값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변수"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는 "최근 주가상승세가 주춤한 건 6월 말 반기 결산을 앞둔 기관투자가들이 펀드의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매물을 많이 내놓았기 때문"이라며 "주가 급등에 따른 휴식 기간은 잠깐 있겠지만 다음달 초부터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기가 하반기에 회복하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준현.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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