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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확보 여부가 아시아 국가 발전의 가늠자 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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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호 9 면

한국사회과학협의회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주최 ‘자본주의와 아시아 자본주의들’ 심포지엄 둘째 날(10월 23일)은 서구와 아시아 자본주의의 차이가 기업·사회에 미친 영향이 논의됐다. 첫날 국가 단위 분석에 이은 것이다.


글렌 모건 영국 카디프대 국제경영학 교수는 서구 자본주의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를 넘어 금융화(financialization)로 진화한 데 비해, 아시아에선 비슷한 유형의 금융화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금융화는 단순히 금융기법이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주주이익 실현을 위해 단기 이익에 집중하며 노동시장 유연화, 사회 불평등, 정부에 대한 시장의 영향력 강화 등 여러 사회적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모건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정부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극히 제한적이고, 일본도 국채 소유주가 금융회사가 아니라 대부분 국민 개개인이다. 여기에 국가가 금융을 지배하는 중국을 고려하면, 아시아에선 금융 발달로 인한 긍정적·부정적인 영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모건의 지적이다.


모건은 “일본과 한국에선 과거 외국 자본이 들어와도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고 자산 버블이 꺼지며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가계부채 증가 같은 ‘악성 금융화’가 진행됐지만, 이게 금융시장의 발달로는 이어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야지마 히데아키(宮島英昭) 와세다대 고등연구소장은 외국인 기관투자가가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고 ▶사외이사나 높은 성과급 등의 제도가 반드시 긍정적이지도 않으며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의 주가가 오른 것도 반드시 외국인 투자 덕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한다. 반면 외국인 주주가 진입한 기업의 지배구조만큼은 투명성이 확실히 제고됐고, 이것이 실적 호전으로 이어진 상관관계도 발견됐다. 미야지마 소장은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유형은 기업마다 다르다”며 “서구식으로 가느냐 마느냐와 같은 과도기적 단계에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지배구조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아시아는 북미·서유럽과 경쟁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다룬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은 아시아 자본주의의 미래 구상을 모색했다. 값싼 노동력과 발전국가 개발전략으로 수출주도형 산업화를 이룬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탈(脫)산업화 발전의 길을 찾고 있다. 여기에 중요한 요소는 숙련된 외국인 노동력을 포함한 글로벌 인재, 문화적 다양성, 초국가적 연결성 등이다. 신 소장은 특히 국가·지역을 초월해 우수 두뇌들을 연결하는 사회적 자원(social capital)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우수 두뇌의 확보를 중시하던 종래의 인적 자원 모델과는 다르다. 그는 2011년 이후 한국으로 유학 오는 외국인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의 30%가량이 한국에서 차별을 경험했다는 점을 들며, 아시아에서 다양성 확보 여부가 향후 국가발전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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