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정킷방’서 또다른 프로야구 선수들도 도박 단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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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검찰이 경찰과 별개로 프로야구 선수들의 원정 도박 의혹에 대한 단서를 입수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이들에게 마카오 ‘정킷방(카지노에 보증금을 걸고 빌린 VIP 룸)’ 도박을 알선한 브로커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과 사실상 투트랙 수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검찰, 윤성환·안지만 외 명단 확보
광주 충장OB파 브로커 김씨 추적
경찰과 사실상 투트랙으로 수사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마카오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의혹이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이름과 주변 인물에 대한 단서를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은 우선 도박을 알선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을 추적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앞서 구속 기소된 도박 브로커 등을 상대로 선수들에게 마카오 도박을 알선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키로 했다.

 일단 검찰은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소속 윤성환·안지만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들의 도박 의혹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은 해당 선수들이 광주 충장OB파 김모씨 등을 통해 마카오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 등을 통한 도박 의혹 수사는 계속 경찰에 맡기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사법 처리하거나 조사한 명단엔 김씨 이름이 없다”며 “경찰 수사와 다른 루트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윤성환·안지만 선수가 도박을 한 장소로 지목하고 있는 마카오 A호텔 카지노도 검찰 수사 대상에서 빠져 있던 곳이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이 도박 의혹과 관련해 한국시리즈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던 선수는 윤성환과 안지만, 임창용이었다.

 검찰이 우선 주목하고 있는 건 광주송정리파 이모(39·구속 기소)씨다. 검찰이 확인한 이씨의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은 여섯 곳이나 된다. 이씨는 수백억원의 보증금을 내고 ‘경성방’이라는 이름의 마카오 최대 ‘정킷방’을 운영해 왔다. 고객이 베팅한 돈의 1.2%가량을 카지노로부터 받는 ‘캐주얼 정킷’과 고객이 잃은 돈의 40%를 받는 ‘셰어 정킷’ 방식을 모두 활용했다. 또 범서방파 김태촌의 양아들로 알려진 김모(42·구속 기소)씨와 동업을 하는 등 마카오 도박계에서 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기존에 사법 처리된 기업인들 외에 새로운 도박 혐의자를 추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이씨를 비롯한 ‘정킷방’ 운영업자들의 장부를 확보해 기업인들의 도박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기업인이 정킷방 운영업자에게서 자금을 빌려 도박을 한 뒤 한국에서 돈을 갚은 내역이 장부에 담긴 것이다. 검찰은 현재까지 프로야구 선수 등의 도박자금 변제 내역 등이 담긴 구체적인 자료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도박자금을 갚은 계좌 내역을 입수하거나 카지노 칩을 직접 빌려 준 인물의 진술이 확보되지 않으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복현·채승기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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