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와대, 특수활동비 1억원 깎인 사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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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내년도 특수활동비 중 1억원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깎였다. 2016년 대통령비서실의 전체 특수활동비 규모 147억 9200만원의 0.6%에 불과한 미미한 금액이다. 하지만 의미는 있다. "어느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아 ‘검은돈’, ‘쌈짓돈’으로 불리니, 최소한이라도 깎자"는 야당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라서다.

청와대, 특수활동비 1억원 깎인 사연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심사 소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1억원을 깎느냐 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했다. 특수활동비의 10%를 감액하자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이재만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은 “특수활동비는 매년 100% 집행하고 있는 예산이라 10%를 일괄 감액하면 국정 수행에 큰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방어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특수활동비 관련 사고가 많아 국민적 관심이 높으니 1억원 정도라도 상징적으로 삭감하자"(박수현 의원), "특수활동비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사후 심사가 가능한 특정 업무경비로 돌려 투명성을 높이자"(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측은 “1억원은 얼마 안되지만 정부 예산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 특수활동비가 있으면 (대통령) 시계도 좀 줬을텐데 안 주더라, 얼마나 쪼들리는 살림이면 그러겠느냐”(김종태 의원)고 반대했다.

하지만 결국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특수활동비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감액하는 게 아니고, 경제가 어려우니 청와대도 허리띠를 조금 더 졸라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고 설득에 나서면서 어렵게 '1억원 삭감'으로 정리가 됐다. 줄어든 1억원은 특수활동비가 아닌, 사용내역을 보고하는 일반 업무추진비로 전환됐다. 이 총무비서관은 “특수활동비로 쓰던 것을 업무추진비로 쓸 순 없다. 두 예산의 집행원칙이나 방식이 다르다"고 난색을 표하다, 결국 “업무추진비 쪽으로 돌려주면 집행하겠다"고 받아들였다.

◇다시 불거진 청와대 업무공간 재배치론= 소위에선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직원들이 일하는 비서동 사이가 500여m나 떨어져 있는 청와대의 업무공간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다시 제기됐다.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지난 국정감사 때) 이병기 비서실장도 ‘위민관에서 (본관이) 500m 떨어져 차를 타고 움직여야 된다’고 하더라"(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조선시대에도 비서실 기능을 하는 관아를 가까이 배치했다”(박수현 의원)고 주장했다. 운영위 차원에서 "청와대 공간 재배치를 위한 설계 용역 비용을 내년도 청와대 예산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이 총무비서관은 “(대통령께서) 통상적으로 위민관에 있는 집무실도 자주 활용하고 있어 대통령과 직원 간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공간 재배치를 하려면 대체사무실을 알아봐야 되는 형편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된다”며 주겠다는 예산을 거절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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