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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 달라도 우린 한 팀” 차별 날린 다문화 야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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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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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리틀야구단 ‘스윙스’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울산 남부경찰서]

지난 1일 오전 울산시 남구 동평중학교 운동장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야구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남색 모자에 빨간 상의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의 머리와 피부색은 저마다 달랐다. 공을 놓칠 때마다 “자세 낮춰야지” “공을 끝까지 봐야지”라는 감독의 지적이 떨어졌다. 날아오는 공에 몸과 얼굴을 맞곤 했지만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울산 남부경찰서 오주원 경위 창단
20명 모인 ‘스윙스’ 9월부터 구슬땀
야구 통해 학교·사회 적응법 배워
부모도 교류해 양육 노하우 공유

 지난해 9월 28일 창단한 울산 다문화 리틀야구단 ‘스윙스’의 연습 모습이다. 야구단은 울산 남부경찰서 외사계 오주원(43) 경위가 다문화 가정 자녀의 사회 적응을 돕고 학교 폭력과 왕따를 예방하기 위해 창단했다. 오 경위는 남부경찰서 야구단 감독도 맡고 있다.

 그는 2011년 “얼굴 생김새와 피부색·언어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 아이와 잘 어울리지 못해 걱정”이라는 한 다문화 가정 부모의 말을 듣고 야구단 창단을 결심했다. 먼저 유소년 축구단 운영 경험이 있는 울산시 남구 종합사회복지관 이상민(37) 과장에게 후원 기업을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야구 장비와 유니폼 구입 등에 적잖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마침 2013년 7월 삼성정밀화학이 700만원, 울산시 글로벌센터가 200만원, 남부복지관이 300만원 등을 후원해 왔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등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이 야구를 잘 몰라 자녀들에게 대해 제대로 설명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오 경위와 이 과장은 부모와 아이들에게 야구 동영상과 그림을 보여주며 설득에 나섰다.

 그러기를 수차례, 결국 8개국 18명을 모았다. 아이들의 적응을 돕자며 한국인 자녀도 가입시켰다. 그래서 단원 20명 중 2명은 한국인 자녀다. 오 경위가 감독을 맡고 코치 2명을 뽑았다. ‘야구 방망이를 힘차게 휘두르며 활기찬 생활을 하자’는 뜻에서 야구단 이름은 스윙스로 지었다.

 훈련과 경기를 거듭하면서 아이들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자주 칭찬을 해주자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협동심을 배우면서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렸다. 연습 도중 야구 장비를 던지며 울곤 하던 한 아이는 “매일 야구를 하고 싶다”며 졸라댈 정도가 됐다. 일본인 어머니를 둔 김원준(12·남부초 6년)군은 “주장을 맡으면서 책임감이 생기고 다른 나라 친구까지 사귈 수 있어 좋다”며 “야구를 배우는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재연 야구단 학부모회장은 “아이들은 야구를 통해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고 학부모들은 다른 부모를 자주 만나면서 자녀 양육 노하우를 배우곤 한다”고 전했다. 오 경위 등의 노력을 전해들은 삼성정밀화학과 울산시 글로벌센터도 매년 후원에 동참했다. 이 후원금은 코치 수당과 단원들 식사비 등에 사용된다.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남부경찰서의 노력은 또 있다. 지난 9월 24일 11개국 다문화 가정 자녀 20명을 명예 경찰관으로 위촉했다.

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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