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일 단독정상회담 배석한 이병기…위안부 문제 조기 타결 가속화 합의에도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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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 이병기 비서실장이 6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단독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비서실장이 외국 정상과 단독회담을 하는 자리에 대통령을 보좌해 배석하는 일은 이례적인 경우다. 이 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주일대사를 지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오래전부터 일본측과 조율했었다. 특히 주일대사 시절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온화한 성품으로 양 정부간 가교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측에선 이 실장과 함께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김규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일본 측에서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장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NSC) 국장이 자리했다.

이 실장은 일본측 배석자인 야치 쇼타로 국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실장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교책사로 불리는 야치 국장을 외교가에선 이른바 ‘이병기-야치 라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 언론들은 이 실장은 야치 국장과 이미 올들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물밑 접촉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단독정상회담에 배석하면서 ‘이병기-야치’라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가속화하기로 한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외교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실장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과도 가깝다. 이 실장은 주일 대사 시절 스가 장관과 거의 매달 점심을 같이하며 탄탄한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한다. 스가 장관은 이 실장이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로 자리를 옮길 때마다 먼저 연락해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공교롭게 두 사람의 역할은 정상을 보좌하는 비서실장 업무다. 이 실장은 야치 국장이나 스가 장관과 한일관계와 관련한 어떤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이 실장이 첫 한·일정상회담 성사와 위안부 문제 해결의 단초를 놓는데 큰 힘을 보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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