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강찬수의 에코 사이언스

기후 재앙에 한강이 말라붙지는 않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기사 이미지

강찬수
논설위원·환경전문기자

이집트 나일강이나 중국의 황허(黃河), 미국의 콜로라도강은 바다에 이르기도 전에 말라붙는다. 사람들이 댐으로 강을 막고 물길을 다른 데로 돌린 탓이다.

 우리 한강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 탓이다. 전국의 올 1~10월 강수량은 평년의 60% 정도에 그쳤다. 북한강의 소양강댐은 저수율이 42%, 남한강의 충주댐은 40%다. 60%를 웃돌던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돈다. 용수 공급 전망에서 충주댐은 ‘심각’ 단계이지만 소양강댐과 함께 용수를 공급하고 있어 그나마 ‘주의’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봄부터 한강의 유지용수는 크게 줄었다. 수질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흘려보내는 게 유지용수다. 소양강댐과 충주댐 방류량이 줄면서 하류 팔당댐의 방류량도 평소에는 초당 120㎥(하루 1000만㎥)가 넘었지만 최근에는 80㎥로 줄었다. 팔당댐 하류에서도 취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서울의 잠실수중보에 이르면 유량은 초당 40㎥ 수준으로 줄어든다.

 잠실수중보와 하류 신곡수중보 사이에서도 강물이 출렁거리지만 상류에서 흘러온 물이 아니라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대부분이다. 상류 강물이 정수장과 수도꼭지, 하수관과 하수처리장을 돌아 한강으로 들어온 것이다. 잠실수중보를 경계로 상류와 하류는 ‘물이 다르다’.

기사 이미지

 지난여름 한강 하류에서 녹조가 유난히 심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내 하수처리장에는 녹조의 원인인 인(燐)을 제거하는 시설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

 내년 봄까지 가뭄이 계속되면 한강은 자칫 잠실수중보에서 실개천이 될 수도 있고, 심하면 흐름이 끊길 수도 있다. 수자원 전문가들은 댐을 짓고 4대 강 보에 수로를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궁극적인 대책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해 가뭄이 갈수록 빈발하고 극심해져 비가 안 내리면 댐도 소용이 없다.

 문제는 한국만 온실가스를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한국 등 세계 146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안을 유엔에 제출했지만, 지난달 30일 유엔은 기후 재앙의 마지노선, 즉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밝혔다.

 조상들은 대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게 강(江)이고 아무리 커도 마르면 천(川)이라 했다. 사람이 일으킨 기후 재앙 탓에 한강(漢江)이 ‘한천(漢川)’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찬수 논설위원·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