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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우리 아이의 적정 체중, 알고 계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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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만학회 김대중 정책이사
(아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늦은 저녁식사로 피자가 배달됐다. 이렇게 주중에 애들하고 같이 밥 먹는 게 어디냐 싶다. 각자 스마트폰과 TV를 보며 오가는 말도 없이 맛있게 먹고 나니, 콜라를 흘린 줄도 모르고 TV를 보는 아이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온다. 예전보다 부쩍 체중이 는 것 같다. 작은 애는 열 살인데 키가 이 정도면 몇 킬로그램이 정상이더라? 어느새 밤이 이렇게 늦었으니 일단 양치하고 재워야겠다.

이런 장면, 익숙하지 않은가? 대한비만학회가 2015년 비만 예방의 날을 맞아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 2명 중 1명(50.7%)이 자녀의 적정 체중을 모른다. 과체중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렇지 않은 부모보다 일주일에 3회 이상 패스트푸드와 야식, 가당음료를 먹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2배 높았다. 과체중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의 과반수 이상이 자녀의 비만 예방을 위해 식단조절을 하지 않고 있으며(68.9%), 자녀의 수면시간도 조절하지 않고 있는(63.3%)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제 6회 비만 예방의 날 캠페인의 주제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들이 바뀐다’는 이 같은 현실과 고민에서 출발했다. 현재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5명 중 1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6-18세 아동·청소년중 124만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란다. 아동·청소년 비만의 심각성은 사춘기 시절의 자아 존중감 하락, 그로 인한 학업성취도 저하 및 우울증 발생 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고도 비만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성인기에 찌는 살은 지방 세포의 크기만 증가하기 때문에 체중 조절이 비교적 쉬운 반면, 신체가 성장하는 아동·청소년기에는 지방세포의 수 자체가 늘어나서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아동·청소년 비만의 80%가 그대로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는데 있다. 우리는 지금 고도 비만 인구 200만 명, 비만 인구 1300만 명 시대에 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국내 성인 비만 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2020년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비만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비만은 주요 성인병의 직간접적이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추계에 따르면 2025년에는 비만과 관련한 질병 진료비가 연간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으로 인한 삶의 질 문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청소년기부터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미셸 오바마 여사가 앞장서 아동 비만예방 캠페인 ‘렛츠 무브(Let’s move)’ 운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영국은 2020년까지 아동?청소년 비만율을 2000년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건강한 체중, 건강한 삶’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대한비만학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하이 파이브 투게더(High-Five Together)’라는 슬로건 아래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을 위한 캠페인과 전방위적 해결 방안 모색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비만 예방을 위한 ‘가정’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을 위한 가정에서의 인지와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격언은 아동?청소년들의 건강에도 적용된다. 늦은 저녁식사, 불규칙한 생활, 스마트폰 중독, 운동 부족 등과 같은 부모의 나쁜 생활 습관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흡수된다. 따라서 아이에 앞서 엄마아빠부터 식사와 수면을 규칙적으로 하고, 걷기 등 자녀와 함께 활동 하는 시간을 늘리며, 무엇보다 자녀의 적정체중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신종 전염병’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우리 아이의 미래에 비만이 전염되고 있지 않은지, 우리 아이의 적정 체중은 몇 킬로그램인지, 우리 아이와 가족의 비만 예방을 위해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를 꼭 한번 생각해볼 것을 촉구한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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