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손봐주기식’ 포스코 수사의 어이없는 결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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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번번이 실패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권한과 권력의 남용 탓일 것이다. 제동기능을 잃은 수사에 더해 모든 상황을 자신들의 논리에 꿰맞추려는 궤변(詭辯)과 무능, 정치적 의도가 합쳐지면 검찰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포스코 수사가 그렇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상득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당초 이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지만 검찰 수뇌부의 만류로 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고 설명했다. 자신들의 수사가 미진한 것이 아니라 이 전 의원이 팔순의 고령인 데다 건강도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한번 봐줬다”는 의미로 들린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검찰의 총체적 한계를 드러낸 부실 수사였다는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올 3월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의 ‘부패와의 전쟁’ 발언과 함께 8개월간 이뤄진 포스코 수사는 납득하기 어렵게 진행됐다. 포스코건설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고, 포스코그룹 전 회장을 다섯 차례나 소환하고도 사법처리를 못했다. 구속된 사람은 포스코건설과 협력업체 임직원 등 10여 명이다. 이런 한심한 수사결과를 놓고 “비정상적인 국민기업을 정상화시켰다”거나 “구조적 비리를 밝혀냈다”는 등의 검찰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권부(權府)의 하명(下命)에 따라 과거 정부 인사들에 대한 ‘손봐주기식’ 수사를 해놓고도 궤변으로 빠져나가려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사정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기대했던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줄 요량으로 이번 사건 수사에 임했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기망행위나 다름없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기업수사 개선 방안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