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입양된 아동, 양부모에 맞아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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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러시아가 외국으로 입양되는 아동들의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양부모에게 구타당해 숨진 러시아 아동 때문이다. 외국 입양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년 7000여 명의 러시아 아동이 외국으로 나간다. 중국에 이어 둘째로 많다.

◆ 앨릭스 사건=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15일 러시아 입양아 앨릭스(당시 6세)가 2003년 사망한 원인은 양부모의 구타라는 점을 인정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미 법원의 결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 법원은 곧 판결을 내린다. 앨릭스는 2003년 러시아 남부 도시의 보육원에서 미국 시카고 근교의 파블리스 부부 가정에 입양됐다. 그러나 입양 6주 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된 뒤 다음날 사망했다. 부검 결과 앨릭스의 몸에서 32곳의 상처가 발견됐다. 직접적 사망 원인은 둔기에 의한 머리 충격이었다.

검찰은 "양부모가 평소에도 애를 학대했다. 사망할 때는 양엄마가 15분 동안 아이의 머리를 문에 부딪히게 했다. 아이가 혼수상태에 빠진 지 한 시간 뒤에야 구급대에 연락했다"고 밝혔다.

◆ 러시아에서 외국 입양이 많은 이유=정부 예산 부족으로 많은 복지시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 가정도 경제 형편이 나빠 쉽게 나서지 않고 있다. 아이가 없는 부부들도 남의 아이를 키우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다.

◆ 반성=외국으로 입양된 러시아 아동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보건부 가정국 국장 올가 샤라포바는 "현재 러시아에는 90여 개의 국제입양기관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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