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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감사원 "성공불융자금 제도 부실 운영"…"지경부 과장이 1300억원 감면 결정"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해외자원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성공불융자금 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또 SK이노베이션(SK)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124억원을 부당감면해 특혜를 준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2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공불융자금 관련 감사결과 2건을 공개했다. 성공불융자금은 해외자원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사업에 실패하면 융자금을 면제하거나 감면해주고, 사업에 성공할 경우 융자금 외에 특별부담금을 추가 징수하는 제도다.

◇SK이노베이션 성공불융자금 124억원 감면 특혜=지난 2000년 SK이노베이션은 브라질에 위치한 3개 광구를 개발하며 7700만달러(약 873억원)의 성공불융자금을 받았다. 광구 개발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며 SK는 2011년 7월 21억66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을 받고 덴마크 기업에 광구 지분을 매각했다. SK는 정부에 특별부담금을 포함해 5억3000만 달러(약 6000억원)을 상환했다.

이 과정에서 SK는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 투자감면금 산정 방식이 불합리하다며 산정방식을 규정과 다르게 적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지경부는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1억1700만달러(1338억원)을 감면해줬다.

그런데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는 SK가 해당 액수를 감면 받는 과정에서 로비 등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은 후 감사원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감사원은 당시 지경부 차관 등 5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 감사결과, 해당 금액에 대한 감면은 절차 상 하자는 있었지만 상환금 감면에는 일부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났다. 당시 지경부 과장 A씨는 차관 결재 사안인 투자불융자금 감면을 자신이 임의로 결재해 감면 결정을 해줬다. 융자심의위원회 상정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성공불융자금 감면에 있어서는 절차 상에 명백한 셈이다.

다만 감사원은 성공불융자 상환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개발비나 운영비를 단독으로 부담한 기업은 이 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반면 국가만 과도하게 이익을 보는 문제가 생겨 SK의 감면 요청에 나름의 타당성이 인정된다는 봤다.

이번 감사에서는 석유공사가 SK가 요청하지도 않은 광구 탐사비 1090만 달러(124억원)을 임의로 감면해준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해당 결정을 한 직원 2명의 문책을 요구하고 해당 금액을 회수하라고 통보했다.

◇성공불융자금 관리는 부실=지경부 등은 사업이 종료된 자원개발 사업에 성공불융자금을 지원하고 남은 잔액을 제대로 회수 하지 않는 등 성공불융자금 제도를 부실하게 운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경부는 사업이 사실상 종료된 개발사업에 38만2000달러(4억3000만원)을 지원했다. 2010년 12월14일 러시아 광구에 28만8000달러(약3억2000만원)을 지원했는데, 해당 광구는 사업 철수가 결정된 상황이었다. 이 사업을12월31일 계약이 만료됐다. 6월 말까지 14개 해외 광구에서 성공불융자금을 집행하고 남은 잔액 408만6000달러(약46억4000만원)에 대한 회수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또 석유공사는 산업부로부터 성공불융자금을 대출받아 성공한 ‘동해-1 가스전’ 사업과 관련해 특별부담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이미 공제한 개발비 등을 추가 공제해 330만달러 가량을 적게 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비상시 자원을 들여오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실제 성공불융자금이 투입된 89개 광구 중 자원 반입이 가능한 광구는 19개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4년 12월말 현재 46개 업체 194개 사업에 28억8300만달러(약 3조2600억원)의 성공불융자금이 지원됐고, 14억2100만달러(약 1조6000억원)가 회수됐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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