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2만5000t 무게 견딜 수 있는 고강도 콘크리트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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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높이 300m가 넘는 초고층 아파트 건설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갖가지 첨단 공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건물이 높은 만큼 아파트를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다행히 국내 건설사의 초고층 시공 기술력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에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높이 828m)를 지은 경험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죠. 우선 초고층의 첫 번째 안전판은 고강도 콘크리트예요.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으로, 엄청난 건물 무게를 떠받치는 역할을 담당해요. 2009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선 더샵퍼스트월드(64층·236m)에는 250메가파스칼(MPa)급 고강도 콘크리트가 사용됐어요. 1㎡당 2만5000t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데, 이는 13t짜리 장갑차 1900대를 떠받칠 수 있는 수준이에요. 부산 엘시티 더샵에는 일정한 층마다 건물의 한 층을 모두 고강도 콘크리트로 짓는 ‘아웃리거 벨트월’(Outrigger Belt Wall) 공법이 활용돼요. 역도 선수가 무거운 역기를 들기 위해 허리에 두꺼운 벨트를 차는 것과 비슷한 원리죠.

한국, 세계서 손꼽히는 시공 능력

 바람과 지진을 견디는 능력도 중요해요. 지상 20m에서 초속 5m의 바람이 250m 높이에서는 초속 12m가 될 정도로, 건물이 하늘을 찌를수록 바람의 세기는 강해져요.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는 ‘매미’급 이상의 태풍과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어요. 엘시티 더샵에는 지진과 태풍 같은 외부 하중이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주는 ‘건물 구조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도 마련돼요.

 화재에 대비하는 기술도 갖춰요.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에는 비상대피 공간이 3개 층마다 있어요. 평소에는 공중 정원으로 쓰다 불이 나면 대피 공간으로 활용되는 식이죠. 이 아파트는 불이 났을 때 콘크리트가 고온에 노출돼 파열되는 ‘폭열’ 현상을 막는 공법도 적용됐어요.

 이렇듯 국내 초고층 아파트 시공 능력은 뛰어나지만 설계 능력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에요. 실제 국내 대부분의 초고층 아파트 설계는 외국업체가 도맡아 진행하고 있어요. 초고층 설계가 가능한 인력과 업체를 육성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 수시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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