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펀드 수익률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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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선 가운데 시장의 중심축이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시장 에너지가 대형주로 쏠리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주 종목들은 예전에 비해 힘이 빠진 모습이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한동안 기세등등하던 중소형주 펀드가 대형주 펀드에 밀리는 광경이 목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투자자들이 외면했던 대형주의 매기가 살아나고 있다”며 “시장 주도권이 중형주에서 대형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증권업계의 추천 펀드도 중소형주 중심에서 대형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대형 펀드인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증권펀드’가 2009년 설정액 1조원 달성 이후 명실상부 국내 대표 주식형 펀드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대형주가 실적 부진에 시달렸는데도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연초 이후 지금까지 16.64%의 수익률를 기록해 초대형 대형 성장주 펀드 가운데 최상위 성과를 내고 있다고 업체 측은 주장한다.

펀드 시장 주도권 중소형주서 대형주로 넘어가나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수익률 상위권
실제 이 펀드는 3개월 3.35%, 6개월 1.16%, 1년 17.16%, 3년 24.1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인데, 이는 동일 유형의 펀드 내에서 최근 3개월 상위 1%, 6개월 상위 7%, 연초 이후 상위 9%에 올라 있다. 중국 증시 침체 등 대외 변동성 확대로 주식시장이 뒷걸음 친 최근에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다. 설정 후 누적수익률은 113.79%에 이른다.
  이에 반해 최근 중소형주 장세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메리츠코리아1[주식]종류A는 최근 3개월 성과가 하위 2%로 밀려났다. 최근 1주일과 1개월 수익률로도 네비게이터는 각각 상위 8%에 든 반면, 메리츠코리아는 97%, 96%로 부진하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메리츠코리아가 21.86%로 네비게이터를 앞서고 있다. 아직 역전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적립식으로 투자한 경우 네비게이터 펀드의 수익률이 메리츠코리아를 앞섰다.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증권펀드는 설정액이 1조원이 넘는 대형 펀드다. 그럼에도 단기적인 시장 변화에 휩쓸리기보다는 ‘시장에서 저평가됐지만 성장성이 높은 종목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일관된 운용 원칙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저평가된 유망주 투자 원칙 고수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부문 박현준 부문장이 주축이 돼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2005년 펀드가 설정된 이듬해인 2006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박 부문장이 이 펀드 운용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는 펀드매니저가 바뀌지 않고 10년 가까이 운용하며 원칙을 고수해 온 사례는박 부문장이 유일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초 박 부문장을 주축으로 기존 주식운용본부에서 코어운용 부문을 분리했다. 6명의 팀원들로 구성된 코어운용부문이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펀드 전담이다. 펀드 규모가 커진 만큼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보다 철저한 리서치와 다양한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수익률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박 부문장은 펀드 편입 종목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장기 실적 추이라고 강조한다. 경영진과 연구개발, 투자 규모, 산업의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저평가 종목을 발굴한다. 특히 고수익을 추구하면서도 변동성의 위험을 축소시키기 위해 꾸준한 기업 탐방과 철저한 리서치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장기 안정적이면서도 변화에 능동적인 포트폴리오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현준 부문장은 “대형주 중에서 본연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중국 등 이머징 국가 소비 여력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소비재·미디어·수출 종목에 긍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sms0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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